2023. 11. 08.
사주 믿으세요?
헛헛한 마음을 달래기 위해 나선 여행길, 수정은 출출한 배를 채우기 위해 휴게소에 들렀다. 인생참 부질없다. 그래도 밥은 먹어야지. 뜨끈한 어묵 우동 한 사발 하고 나오던 찰나, 휴게소 끝에 위치한 주유소와 지역 농수산물 판매 매장 사이에 자리 잡은 작고 어두컴컴한 천막을 발견했다. 마치 떡볶이를 파는 길거리 포장마차처럼 의자도 놓여 있었다. 평소에도 호기심을 쉽게 참지 못하던 수정이었다. 거침없이 가까이 가보니 어떤 긴 문구가 적힌 종이가 천막 위에 붙어 있었다.
<영검한 백발백중 프리미엄 사주 천기누설 천우당>
- 예고도 없이 지구에 불시착한 인간들의 운명을 앞서 봅니다 –
더 가까이 가보니, 손님들에게 어필하기 위한 천막 주인의 프로필이 정갈하게 써있었다.
천우당사주협회 회장
동국대학교 동양철학 석사 (입학 예정)
네이버 사주 카페 스탭 활동
네이버 지식인 사주 분야 태양신 등급
타로심리상담사 1급
컬러리스트 1급
지구철학원 명리학 강의 이수
마침 요즘 삶의 무료함을 사주와 타로로 풀어대던 수정이었다. 수정은 주인장의 이력을 조금의 의심도 하지 않고, 눈을 반짝이며 천막 안에 앉아있던 천우 맞은 편 의자에 자리 잡았다.
“안녕하세요. 저 사주 보고 싶은데요.”
“…한국말 할 줄 아세요?”
수정은 다문화가정에서 태어난 인도네시아 혼혈이었다. 천우의 반응은 익숙했다.
“네. 한국인이에요. 사주 얼마예요?”
“종합사주는 오만원, 질문 하나 집중 사주는 만원입니다. 궁금한 게 많을수록 종합사주가 좋죠.”
“네 그렇군요. 집중 사주 볼게요.”
어쨌거나 한국말 할 줄 아냐는 질문이 살짝 거슬렸던 수정은 만원만 쓰기로 결심했다. 이름과 생시를 줄줄 읊은 뒤, 수정은 가장 먼저 떠오른 문장을 내뱉었다.
“저는 언제 죽나요?”
천우는 살짝 당황했다. 하지만 티 내진 않았다. 그는 베테랑이니까.
“저는 신점이 아니라 사주를 봅니다. 물론 옛날엔 모시던 신이 있긴 했지만요. 그리고 사주로 죽는 날짜까지는 알 수는 없어요.”
“하지만 여기 위에 인간들의 운명을 앞서 보신다고 적어 놓으셨는데요.”
“그거야..”
“뻥인거에요?”
“뻥은 아닌데요…이런 거 물어보는 손님은 처음이라 당황스럽네요.”
“한번 시도라도 해보시거나 하는 시늉이라도 해주시면 안 될까요?”
“고집이 참 쎄시네요. 그럼 말씀하신 대로 하는 시늉이라도 해보겠습니다.”
시늉이라도 해보겠다는 이 명리학자도 단단히 이상하다고 생각하는 수정이었다. 어쨌거나 천우는 컴퓨터 사주 프로그램에 수정의 생시를 입력했다. 그랬더니 보통 사람은 이해하기 어려운 한자가 빼곡히 화면에 떴다.
“네..수정씨는… 언제 죽냐면..…”
그때 마침 뒤에서 괴음이 들렸다. 브레이크가 고장 난 자동차가 천막을 향해 달려오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