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3. 11. 29.
뭉텁한 숨
먼지 가득 쌓인 방에서 쉽사리 사라지지 않는 답답함을 안고 깊이 뭉텁한 숨을 내쉬었다. 머리는 띵하듯 멍하고 가슴은 턱 하니 막힌 것이, 눈을 뜨지 못한 채로 물속에서 호흡하다 물이 몸 안으로 속수무책으로 가득 들어오는 기분이었다. 내가 내뱉은 뭉텁한 숨이 데굴데굴 공기 중을 굴러다니며 둥근 회색빛 먼지 숨을 만들어냈다.
나는 무인도에서 6년을 표류해 있었다. 수능이 끝난 후 성인이 된 첫 날, 남자친구와 해돋이를 보겠다며 고기잡이배를 타러 갔었다. 그때 그 자식과 말다툼하던 중 그놈을 한 대 치려고 가까이 가는 순간 내 스텝에 스스로 발이 꼬여 바다에 빠졌다. 안개가 자욱해서 아무도 날 찾지 못했고, 난 운이 좋았던 건지 무인도로 떠밀려 갔다. 그리고 6년 후, 한국의 무인도를 마구잡이로 매입하고 다니던 중국 부호들 덕분에 탈출에 성공하였다. 무인도 재테크가 유행하지 않았더라면 난 아마 한동안 더 그 섬에 홀로 있었을 것이다.
탈출 후 나는 사회 적응 교육을 받았다. 끈질긴 생존력 덕분인지 예상보다 빠르게 사람들 속에 물든 척을 할 수 있었다. 무인도만 탈출하면 모든 게 행복할 줄 알았다. 섬에서 탈출이 안 되어 답답하던 마음이 바다 내음 가득 섞인 짠 내 나는 막막함이었다면, 도시에서의 내 마음은 사방이 벽으로 가로 막힌 3평짜리 원룸에서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답답함이다. 사람들은 앞과 뒤가 다르고, 내 말을 내가 뱉어낸 그대로 들어주지 않고, 나를 요리조리 살펴보고 평가하느라 바빴다. 정신상태가 20살에서 멈춘 나에게 세상은 무인도보다 더 큰 외로움을 선사했다.
결국 난 방을 뛰쳐나와, 무인도와 도시를 연결해 줬던 바닷가로 미친 사람처럼 뛰어갔다. 넘실거리는 푸른 파도를 보자 내 마음은 샤워기 물을 끼얹은 것처럼 시원해졌다. 심장 구석구석 껴있던 먼지들이 싹 씻겨 내려간 기분이다. 그리하여 나는 다시 바다로 돌아가기로 결정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