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저리 주저리

생각의 파편들

by 고도필

심장소리가 유독 크다.


죽고 싶다.


세상이 너무 시끄럽다.


돈이 없다.


부가 부를 낳는다.


가난과 실패의 원인은 내 자신이라고, 끊임없이 나의 심장을 향해 화살을 쏜다.


나는 그저 엄마가 우리를 위해 다시 서울로 오려고, 서울이지만 경기도에 있는 자신의 식당과는 가까운 곳을 찾기 위해 어쩔 수 없이 전보다 조금 더 오래된 집, 조금 개발이 덜 된 동네로 이사간 거라 생각했다. 오르막길 때문에 발목에 깁스를 했을 때는 평소보다 훨씬 온몸에 힘을 주고 오가야 했다. 겨울에도 행여 미끄러질라 늘 노심초사했다. 그리고 그 집을 떠난지 8년. 우연히 유튜브에서 한국의 달동네에 대한 다큐멘터리를 발견했다. 너무나도 익숙한 동네가 영상에 나왔다. 나는 그제서야 아-, 허무한 깨달음이 뇌를 가격했다. 알맹이 없는 텅빈 탄식이 나왔다. 내가 살던 동네가 달동네였구나. 내가 너무 순진했구나. 그냥 싼 동네인줄 알았는데 달동네 정도일줄은 몰랐네.


순진했던 나는 그 달동네에서 감성을 찾고 느꼈던 것 같다. 무의식적으로 긍정적인 부분을 찾으려고 애썼던 걸까? 날이 좋은 날엔 새로운 골목으로도 걸어보고, 화창한 햇빛으로 가득 찬 알록달록한 철봉과 하얀 모래와 초록 나무와 새파란 가을 하늘을 가진 초등학교를 사진에 담아보고. 인터넷으로 열심히 찾은 맛집으로 엄마와 언니를 데려가고. 우리집 구성원 중 유일하게 나에게만 호의적이였던 윗층 집주인 할머니. 역겹게도 그 사실이 내심 뿌듯했던 나는 그 할머니 집에서 두번 정도 저녁식사를 같이 하기도 했다. 이사하던 날엔 앞으로 잘 지내라고 인사도 해주셨는데. 가난함 속에서도 낭만을 잃고 싶어하지 않았다. 그때의 나는. 그리고 한결같이 사랑받기를 원했던 이기적인 애였다.

작가의 이전글1인 시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