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인 시위

by 고도필



동료들에게 시위를 선언하고, 수요일 낮 2시에 기지를 벗어나 중랑천으로 향했다.

천을 따라 인파 속을 걷는 행위를 통해, 대중에게 내가 시위 중이란 것을 알렸다. 일종의 1인 시위다. 나의 이 대담한 행동을 통해 사람들에게 알려주고 싶은 건 단 하나다. 바로 내가 내 앞에 닥친 현실에 몹시 화가 나 있다는 사실이다.

최근에 나는 3년의 수행 끝에 고위급으로 진급하는 명예를 이뤘다. 긴 세월과 노력 끝에 얻은 결실이다. 내가 하는 일에 대해 간략하게 설명하자면, 나는 매일 아침 본부로 향한다. 그곳에서 다양한 훈련을 하고, 다른 기지에서 온 동료들과 활발한 회의를 한다. 가장 중요한 부분은 일과가 끝나면 기지에서 수행해야 할 과제들을 가져온다는 점이다.

본부에서 주는 과제는 기지, 즉 내가 속한 사회의 구성원들이 다 함께 완수해야 하는 일종의 퀘스트였다. 그런데 내가 진급하자마자, 이제는 진급한 사람이 혼자서 다 하라고 말하는 것 아닌가. 이것은 사회의 질서를 헤집는 큰 문제다. 과제는 모두가 책임감을 가지고 협동심을 발휘해야 하는 굉장히 중요한 업무이기 때문이다. 나 혼자는 도저히 모두 완수할 수 없다.

나는 천을 돌아다니며 현 상황에 대해 알렸다. 물론 지나다니는 시민들과 인사하며 민생도 살피고, 농구장이나 놀이터와 같은 주변 시설들도 살펴보았다. 어느덧 저녁이 되어 있었다. 나는 오늘의 시위는 여기서 마치고 일단 기지로 다시 돌아가기로 결정했다. 동료들이 걱정할까 하는 마음도 있었다. 나는 마음이 여린 편이다.

꼬질꼬질한 행세로 기지에 도착하니, 나를 보고 동료들이 밝게 웃으며 “오늘도 꽤나 즐거운 동네여행을 했나 보네” 하며 어디를 놀러 다녀왔냐고 묻는다. 오늘 벌인 시위에 솔직하게 설명했다. 그러자 여자는 “올해로 네가 4학년이 되었는데, 4학년은 고학년이기 때문에 이제는 숙제를 혼자서도 할 수 있는 어린이가 되어야 하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역시 시위 종결에는 허심탄회한 소통과 협의가 필수다. 이로써 나의 1인 시위는 하루만에 종결되었고, 나는 내일 아침에도 등교하기 위해 일찍 잠자리에 들었다. 멋진 어린이가 되어서 엄마랑 아빠를 놀래켜줘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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