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물과 서른

by 고도필

스무 살이 되었을 땐 설레었던 것 같다. 걱정도 되고, 무언갈 하고 싶고 되고 싶은 게 뚜렷했다. 감정의 농도가 꽤나 짙고 선명하고 강렬했다. 미래를 그려보곤 했다.


서른 살이 되었을 땐 정반대였다. 어떠한 감정도 들지 않았다.

떠오르는 과거도, 바라는 미래도 없었다. 모든 것이 안개 낀 마냥 흐릿했다. 당장 어제의 나는 어땠는지도 잊어버렸다. 행복과 불행의 경계는 모호해지고, 거창한 꿈이나 사랑은 전부 이미 오래전 다 타서 재가 되었다.


파도가 나를 덮치면, 파도 위에 올라서거나 정반대의 방향으로 헤엄쳐보기도 했었다.

이제는 그저 물 위에 둥둥 떠있다. 이미 거센 파도들을 상대로 수없이 반항해 봤다. 그럴 때마다 돌아오는 것은 그전보다 더 큰 파도였다. 벌써 지친 나는 이제 멍하니 가라앉는다.


내가 생각하는 스물의 나는 색채가 강한 사람이었다.

지금은 잘 모르겠다.


아직 서른밖에 안 됐는데, 마흔은 또 다를 수 있다는 가능성은 애진작 소멸한 지 오래다.

당장 내일, 일주일 후, 한 달 후, 일 년 후, 10년 후의 나는 없다. 서른의 나는 하루살이다. 아무 감정 없는. 언제 밟혀 죽어도 여한이 없을.


스물의 나는 죽음을 두려워했고,

서른의 나는 삶을 두려워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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