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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나무늘보 Nov 08. 2019

회사에서 행복하기_10%의 법칙

스타트업에서 프로잡일러로 살아남기_팀장편

왜 회사는 내 맘을 몰라줘?

최근 회사를 떠난 동료들에게 가장 많이 들은 문장이다.


내 동료들은 정말 다행히도 완벽함을 추구하는 사람들이었고, 그렇게 스타트업이라는 매력에 푹 빠져 일을 했다. 스타트업의 특성인지 개발 중심 회사의 특성인지 아님 그냥 우리 회사의 특성인지 우리는 ‘개발 외 업무’로 분류되어 서로의 몸을 회사에 갈아 넣었다. 그러다 잠시 밥을 먹을 때면 커피를 마실 때면 회사의 미래에 대해 혹은 대표에 대해 함께 고민하고 걱정했다. 우리는 서로서로 각자 회사의 가장 큰 문제는 무엇인지 왜 이렇게 좋은 아이템과 대표, 인력들을 두고 우리는 항상 같은 문제에 직면하는지 각자의 해결책을 주장하며 시켜놓은 찜닭의 치즈가 다 굳어 한 덩이가 되어 가위로 잘라 나누지 않으면 한 사람이 독점하게 되는 심각한 상황이 되는 것은 상관하지도 않은 채 침 튀기며 논쟁을 이어 나갔다.


그렇게 한참을 논쟁하다 항상 결론은 ‘그래도 대표가 나쁘진 않아... 이런 회사가 어딨어...’이렇게 났다. 그러며 각자의 몫을 수동적으로 찾으려 하는 본인에 태도에 반성하며, 굳어버린 치즈를 가위로 갈기갈기 찢어 먹곤 했다. 우리는 우리 같이 회사에 헌신적으로 일하는 직원들이 어딨냐며, 마치 독립훈장이라도 찬 것처럼 서로를 대단하다고 이런 사람을 왜 대표닌 몰라주냐며 안타까워하곤 했다.



애정과 증오, 한 끗 차이

아무 의미 없이 이런 논쟁이 거듭될수록 어떤 사람은 ‘정말 이 회사에서는 안 되겠다’라는 생각을 하기도 했고 ‘그래도 이런 동료가 있으니...’라는 생각을 하기도 했다. 이렇게 서로 지치는 상황이 거듭될수록 서로 회사에 대한 마음이 다르다며 싸우기도 하고 울기도 했다. 그렇게 친한 동료들은 본인들의 능력과 희생을 빛나게 해 줄 새로운 직장 혹은 길을 찾아 떠났다. 새로운 사람이 와도 그리고 나와 비슷한 그런 성향을 가진 사람과 친해져도 그들은 모두 전에 회사를 떠난 사람들과 비슷한 과정을 거쳐갔다.

처음에는 회사에 대한 열의와 개혁해 보겠다는 굳은 의지로 몸을 불사르고, 여러 장애물(동료 직원들의 왜 유별나냐는 따가운 시선 혹은 외부 요인에 의한 한계)을 거치며 좌절하고... 가장 존경하고 따르던 대표님과 면담하고 예상치 못한 답변에 실망하고... 또다시 똑같은 과정을 반복하고... 이렇게 두세 번 사이클을 돌면 내 이력서에 하등 도움되지 않는 이일을 붙잡고 있는 것은 오롯이 내 욕심이라며, 가치를 부여하고 또 명분을 부여하다 지치고... 결국, 내가 아무리 해도 회사는 바뀌지 않을 거라며 무기력한 상태(회사에서는)에 다다른다. 그리고, 예전부터 힘들면 말해왔던 ‘나 회사 그만둔다고 대표한테 오늘 말할 거야.’를 시전 한다.



그렇게 많은 소중한 동료들을 보내고 또 보내며 많은 고민을 해왔다.

예전 동료(a.k.a. 전 동료 친구) 모임에서 맨날 넌 언제 나올 거냐, 언제까지 그렇게 화사 뒤치다꺼리하며 다닐 거냐는 소리를 들으면, 멋지게 회사를 박차고 나오지 못한 내가 무능하고 쫄보 같이 느껴지다가도 또 ‘그래도 대표는 참 좋았어. 정직한 사람이었어.’라는 말을 들으면, 위로가 되기도 한다. 그렇게 모임을 하고 돌아온 날이면, 혼자 다이어리를 끄적거리기도 하고 혼자 구인구직 사이트를 돌아보기도 하다 잠이 든다. 그렇게 다음날이 되면, 다시 메일함을 확인을 하며 회사의 각종 문제들을 해결하겠다는 마음으로 출근한다.

출처: 양경수 일러스트

회사에 서운해하지 않는 방법

이렇게 다양한 감정과 회사에 대한 서운함, 대표에 대한 애증의 감정을 반복하며 결심한 것은 ‘우리 팀원들은 이런 감정을 느끼지 말았으면 좋겠다.’였다. 이렇게 내가 인정받기 위해 누구보다 활활 나 자신을 불태웠다 원하는 반응을 얻지 못해 좌절하고 서운했던 과정을 그들은 반복하지 않았음 했다. 많은 사람들이 스타트업에 입사할 때 슈퍼스타를 꿈꾸며 들어온다. 대기업에서는 절대 꿈꿀 수 없었던 내가 한 일이 바로 업무에 반영되고 그 결과도 바로 멋지게 짜잔 하고 나타나고, 대표를 포함한 회사 사람들은 나의 존재를 소중히 여기며 환영받는 그런 슈퍼스타.


하지만, 현실은 그렇지 않다.


내가 열심히 준비해 가면, 이건 이래서 안되고 저건 이래서 안되를 시전 하는 팀원들과 대표를 만날 수 있다. 스타트업의 장점이라고 생각하고 온 그런 빠른 반영과 피드백은 스타트업이라 불가능한 것들이 많다.(새로운 것을 추진하려고 하면, 대기업 파트너가 싫어해서 혹은 비용이 너무 많이 들어서 혹은 대이터가 없어서 못하는 경우가 대반 사다.) 혹은 아예 다른 잡무 하느라 정작 하고 싶었던 일을 기획할 시간 조차 없이 지나간다.



꼭 하고 싶은 일을 일주일에 10%만 하기를.

팀원들에게 꼭 강조하는 것이 있다. 스타트업에 들어온 이상 원하는 딱 그 업무만 할 수 있다는 기대는 버리라고. 스타트업에 다양한 경험과 업무에 대한 오너쉽을 가지고 싶어서 왔으면, 그렇게 하라고. 그리고 그게 뭔지 정확히 스스로 정의하라고. 이를 위해 OKR을 명목으로 각자 오너쉽을 가진 채널(콘텐츠 중심의 회사라 채널별 오너쉽을 부여했다.)을 정의하고, 그에 따른 목표를 설정하도록 했다. 정성적인 목표도 설정하지만, 정량적인 목표도 설정하여 분기마다 체크하도록 했다.



스타트업에서 잡무를 아예 안 할 순 없어.

그렇지만, 네가 적어도 마케터라는 이름을 달고 세상에 나갈 때, 네가 담당한 채널에서는 이 분야 최고가 되어 있으면 좋겠다. 일주일에 하기 싫은 업무가 많이 와도 꼭 일주일 업무 중, 10%는 시간을 내어 본인이 하고 싶은 업무를 해야 한다. 그래야 나도 성장하고 회사도 성장한다. 스타트업에서 비일비재하게 발생하는 현상이 온갖 잡무에 시다리며, cs부터 굿즈 만들기 등등을 처리하다가 문득 새로운 직원이 들어와 내가 하고 싶었던 업무를 멋들어지게 처리하는 모습을 보고 현타를 받는다.


나도 저런 업무를 하고 싶어서 힘들어도 온갖 잡무를 처리하고 있었는데...
나도 시간 많았음 저것보다 훨씬 멋지게 처리했지...

그런 생각에 빠지면 일단 회사부터 원망하게 된다. 내 공로는 몰라주고 “새로운 직원 참 잘 뽑았어.”라고 말하는 대표를 보면 속이 뒤집어진다. 이런 마음이 들지 않기 위해선, 일주일에 10%는 본인의 역량을 키우기 위한(내 포폴에 한 줄이라도 더 채울 수 있는) 업무를 욕심내어해야만 한다. 그래야 회사에 대한 서운함이 쌓이지 않는다.(물론, 다른 형태로 서운함은 자주 찾아올 것이다.)



이 회사에서 나갈 때, 스카우트돼서 나가야죠?

팀원들에게 하는 말이다. 다른 회사에 이직을 하게 되던 이 회사에 평생 남아있던 “이 사람은 뭐든지 시키면 다해서...”라는 말이 아닌, “이 사람 이 분야에 있어서는 참 끝내줘.”말을 들어야 하지 않겠냐고 말한다.


회사는 결국 회사다. 대표도 사람이다. 내 모든 감정과 수고로움을 일일이 알아주지 못한다. 어느 정도 규모가 더 커지게 되면 더욱더 알아주지 못한다.



본인의 것은 본인이 찾아야 한다.

그리고 본인의 성장이 회사의 성장과 얼라인 될 때 가장 회사에서 가치 있는 사람이 될 수 있다.



이 글을 읽은 많은 사회초년생들이 비슷한 고민을 하고 있을 것이라 생각한다. 항상 나의 실력을 객관화하는 작업을 게을리하지 말기를 바란다. 회사에 마음 다치지 말기를 바란다. 그러려면, 내 가치는 내가 만들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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