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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나무늘보 Mar 01. 2020

모든 게 멈춰버렸다.

코로나 19가 우리에게 끼친 영향들

2020년, 우리는 부푼 기대를 안고 시작했다.


하지만,

역사에 없던 사상 초유의 감염병 사태로

대한민국은 2020년 2월 17일에 멈춰있다.


3,500명이 넘는 직원이 근무하고 있는 아모레퍼시픽도 LG, SK, 한화 등의 대기업도 이례적으로 재택근무를 시행하고 있다. 아침이면 출근을 하는 직장인들로 넘쳐나던 아침 9시 9호선 지하철도 빈자리가 보일 정도로 한산하다. 간간히 보이는 탑승객들은 안경과 마스크로 꽁꽁 서로의 기관지를 감싼 채 아래만 보고 있다. 새 학기의 입학을 기다리던 아이들은 개나리가 피고 있는 봄이 왔는데도 학교에 가지 못하고 집에 있다. 아파트 엘리베이터를 탈 때에도 마스크를 끼고 버튼을 누르고 나면 어김없이 손 소독제를 찾아 손을 소독한다.


낯선 풍경들을 보며, 필자의 부모님은 아래와 같은 말을 하셨다.

"영화에서 보던 세상을 내가 살아있을 때 보게 될 줄이야."



코로나 19가 우리 사회를 점령하고, 우리의 풍경은 어떻게 바뀌었을까?

우리는 세상에 없던 세상을 맞이하며, 가정에도 회사에도 지역사회에도 변화를 경험하고 있다.



#1. 사람이 없는 회사

돌아오는 주 전원 재택이 주어졌다.


잦은 회의 때문에 코어 워킹 시간(10시-3시)에는 회사에 있는 것을 원칙으로 하는 IT회사이지만, 사안이 사안인지라 이례적으로 전원 재택을 도입했다. 사실 지난주에도 휴가를 내고 집에서 근무를 봤던 차에 함께 화상회의도 진행하고 슬랙 등의 솔루션을 통해 원격근무를 진행했던 터라 다행히 주말에 발표된 재택 발표에도 당황하지 않고 집에 있는 컴퓨터를 챙겼다.


회사에는 올해 6월 아이를 출산할 예정인 임산부도 있고, 어릴 적 천식을 크게 알았던 동료도 있고 특히 필자는 집에 아이가 있기 때문에 이 시기에 눈치 보지 않고 함께 전원이 재택을 할 수 있는 제도는 반갑지 않을 수 없었다. 출퇴근 준비시간까지 합쳐서 총 4시간 정도 소요되었던 시간을 아낄 수 있어서 좋았고, 이른 아침 듣기 싫은 알람을 들으며 일어나는 대신 햇살에 천천히 일어날 수 있어 좋았다. 아이가 중간중간 옆에 앉아 자판을 누르려는 시도가 있어 위기를 몇 번 맞이했지만, 재택이 주는 편안함에 비하면 이런 위기는 전혀 문제 되지 않았다.


오후가 되도록 머리도 감지 않고, 안경을 착용한 채 있었지만 급하게 진행된 화상회의에 렌즈와 립글로스를 바르고 참여하였다.(화상회의를 준비하며, 이 시간조차도 줄여줄 수 있도록 화상회의 기능에 메이크업 필터가 적용되면 참 좋겠다는 생각을 했다.)


다음 주 회사에는 미쳐 컴퓨터를 집에 가져오지 못한 직원들만이 근무할 예정이다. 월 임대료만 몇천이 되는 사무실에 직원이 없는 사무실, 어쩌면 이보다 더 예측 불가한 미래를 살게 될 회사의 멀지 않은 미래 모습일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2. 사랑이 넘쳐나는 가정

아이들은 좋아하고, 아빠들은 힘들어하고.


요즘 음식 배달업체와 온라인 유통업체가 바쁘다. 실제로 국내 e커머스 중 브랜드 평판 1위를 차지한 쿠팡의 경우, 역대 최대 매출을 기록하고 있으며 몇 년 만에 새벽 배송 물류를 감당하지 못해 마비가 되는 상황을 맞이했다.(*사진 참고)

갑자기 아이들과 재택근무를 하게 된 부모가 집에 머무는 시간이 많아지면서 자연스럽게 식료품과 배달 음식에 대한 소비가 증가하게 된 것이다. 이는 외부로 나가게 되면 감염자를 접촉할 수 있는 가능성이 높아지는 바이러스의 특성상, 사람들이 외부로 나가지 않고 소비되는 음식을 해결하기 위한 방안으로 생각되기 때문이다. 엄마들의 인스타 피드는 삼식이(하루 세 끼를 아내가 차려주는 밥을 먹는 남편을 일컫는 말)와 자식들의 밥을 해결해주기 위해 배달음식과 밀 키트를 번갈아 가며 활용하느라 허리가 휜다는 내용이 주를 이룬다.


자연스럽게, 서로의 요리를 자랑하는 피드와 #집밥 #홈스타그램 #아무음식챌린지 등의 해쉬태그가 주를 이루지만, 그 내용이 나빠 보이진 않는다. 실제로 아이는 하루에도 몇 번씩 방에 와서 엄마 아빠가 있는지 확인하며 좋아하고, 아침에도 아빠가 출근하지 않는 모습을 보고 좋아한다. 밖에 나가지 못해 아이들이 힘들어하는 것은 있지만, 코로나 덕분에(?!) 가족들이 돈독해지고 있다. 함께 식사하는 시간이 많아지고 함께 이야기를 나누며, 아이들도 부모님이 하는 일을 조금씩 들여다보게 되고 미쳐 알지 못했던 아이들의 평소 생활을 이 기회를 통해 함께 확인하게 된다.  


필자도 이번 기회에 아이의 평소 좋은 습관(1일 우유 2잔 이상 마시기, 일어나자마자 치카하기)을 길러주려 한다. 회사 핑계되고 꾸준히 챙겨주지 못했던 것에 대한 반성을 하게 된 시기였다.


바이러스는 밉지만, 뜻밖에 맞이한 가족 간의 시간은 소중하다.

 


#3. 지역사회

감염도 무섭지만, 사회적 규탄이 더 무서운 세상


요즘은 코로나 19에 감염되는 것도 무섭지만, 감염 후 동선 공개 시 받게 될 사회적 규탄이 무서워서도 외출을 자제한다. 대중이 많이 가는 장소를 갔다가 만약 확진이라도 되면 사회적으로 받게 될 비난이 두렵다. 이러한 집단지성이 사람들로 하여금 '자발적 사회격리'를 하도록 한다. 그리고 이는 바이러스가 더 이상 퍼지지 않게 하는 데 긍정적인 영향을 끼친다. 신천지로 인한 감염으로 인해 종교단체도 일제히 다수의 사람들이 한 공간에 모여 비말 전파 가능성이 높아지는 집회 및 예배를 온라인 예배로 대체하고 있다. 신천지 때문에 종교집단에 대한 부정적 인식이 생기는 것은 안타깝지만, 일단은 바이러스 확산을 방지하기 위한 방법으로는 집단지성이 탁월한 방법으로 보인다.


요즘은 매일 아침 목이 아프지 않은지 체크하게 된다.

혹시 열은 나지 않는지 체온계로 계속 체크하게 된다.

목이 조금만 말라도 '혹시, 나도...?'라는 생각이 들게 되고, 불안하다.


아이와 뽀뽀하는 습관도 고치고, 심지어 연인끼리는 '뽀뽀 금지령'이 내려졌다.


엘리베이터에서는 이웃 간의 인사도 최소화하고 마스크를 필수로 착용한다. 장례식이나 결혼식에는 조문객 혹은 하객에게 식사를 대접하는 대신 답례품을 전달한다. 지하철이나 엘리베이터에서 누군가 기침이라도 하게 되면, 사람들은 눈치를 보면 주변을 피해 자리를 뜬다. 같은 반 유치원 친구가 중국 가족이 있다는 이유만으로 학부모들은 그 아이의 등원을 거부한다.


다소 무정해 보이는 이런 사회 현상들이 바이러스로 인해 일어나고 있다. 누군가는 국민 청결의식이 높아져 좋다고 하지만, 한편으로는 우리나라 특유의 '정'을 잃은 것 같아 씁쓸한 현실이다.


빨리, 우리 삶을 지배하고 있는

이 '기생충 같은 바이러스'가 종식되고 따뜻한 봄이 오기를 기대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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