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타트업에서 프로잡일러로 살아남기_재택근무
우리 회사는 코로나 19 사태가 심각해지자 전면 재택을 도입했다.
사실, 나는 관리자로서 재택근무에 대해 매우 회의적인 사람이었다. 재택근무를 하면, 팀원 개개인의 업무관리는 어떻게 할 것이며, 어떻게 그들의 업무를 팔로업을 할 수 있을까에 대한 의문이 많았다. 하지만, 전면 재택을 시작한 순간, 나의 걱정은 정말 쓸데없는 걱정이었다는 생각이 들었다.
우리는 팀별로 하루 업무를 매일 아침 출근시간에 공유하고 퇴근 시 완성한 업무를 체크하여 공유한다. 이렇게 퍼블릭하게 각자의 업무를 공유하다 보니, 팀원들도 본인의 업무에 대한 책임을 가지고 각자의 업무를 직접 생성하고 완성하는 순작용이 있었다. 팀장의 입장에서는 너무 좋은 순작용이 아닐 수 없다. 팀원들이 각자의 업무를 매일 찾아서 하는 것만큼 큰 순작용을 경험하다 보니, 재택근무에 대한 인식이 좋아졌다.
물론 재택근무 전에도 이런 형태를 하지 않았던 것은 아니다. 각자의 업무를 주 단위로 공유했었는데, 팀만 공유하다 보니 서로 나태해지기 쉬운 환경이었다. 하지만, 재택근무를 통해 회사 모든 사람들(대표님을 포함한)에게 본인의 업무를 매일매일 공유하다 보니, 각자 업무에 대한 책임감이 생기는 것이다. 실제로 필자도 매일매일 아침에 선포(?!)했던 업무를 다 마치기 위해 더 열심히 업무를 했다.
필자는 출퇴근 및 준비시간을 도합 4시간을 사용한다. 매일매일 이렇게 출퇴근을 하다 보니 퇴근하고 집에 오면, 정말 녹초가 된다. 거기에 아이와 함께 놀아주다 보면, 나를 위한 시간을 보내기엔 터무니없이 시간이 부족하다. 하지만, 재택근무를 하니, 출퇴근 시간이 4시간에서 30초로 줄어들었다. 그러다 보니, 자연스럽게 워라벨이 상승한다. 점심시간에는 아이와 함께 놀아줄 수도 있다. 매일 아침 바쁘게 출근하던 엄마만 보던 아이도 하루 종일 함께 일하는 모습을 보니, 본인도 일을 하겠다며 흉내도 낸다.
매일매일이 죄책감을 가지고 사는 워킹맘에겐 이런 환경이 그저 감사하다. 하루 종일 아이와 함께 있으면서, 아이의 나쁜 버릇도 고쳐줄 수 있고, 사랑한다는 표현도 원 없이 할 수 있다. 아이가 점심때만 되면 초콜릿을 섭취하는 것도 알 수 있었고, 아침에 일어나면 우유부터 마시게 하는 버릇도 길어줄 수 있었다. 이렇게 삶에 대한 만족도가 높아지다 보니, 회사에 대한 감사함도 생기게 된다.
정말 재택은 회사가 별도의 비용을 들이지 않고, 높은 만족도를 만들어 낼 수 있는 가장 효율적인 복지제도임에 틀림없다.
회사에 있다 보면, 1/3은 회의 혹은 대화에 시간을 소비하게 된다. 하루에 회의가 기본 1시간 이상씩은 잡혀있는 필자에게는 회의가 최소화된 재택근무 환경은 정말 최고의 환경이다. 모든 업무는 다 온라인 상에서 공유 및 소통이 가능하다 보니, 사실 꼭 회의가 필요하지 않음을 느꼈다. 이렇게 커뮤니케이션을 위한 소비시간을 오롯이 업무에만 집중할 수 있다 보니 업무의 생산성 또한 증가한다.
가끔은 대면을 해야만 정확한 의미를 확인할 수 있는 업무가 있어 재택이 장기화되는 것은 지양해야 할 것 같지만, 기본적으로 회의 시간은 최소화해야 한다는 것은 이번 재택근무를 통해 확실히 확인할 수 있었다. 높아진 생산성으로 인해 평소에 하던 업무보다 더 많은 업무를 커버할 수 있게 되었다. 집중이 안될 때에는 잠시 침대에 누워 영화를 보고 리프레쉬를 할 수도 있다. 회사에서 머리가 돌아가지 않을 때 마냥 붙잡고 있어 생산성이 저하될 때가 많았는데, 집에서는 얼마든지 리프레쉬할 수 있는 수단이 많이 있어 전체적인 생산성은 증가한다.
코로나 이후의 회사 환경은 그 전 환경과는 확연히 달라진 환경이 될 것이다. 많은 회사가 재택 시스템을 처음으로 경험했고, 이에 대한 장단점을 경험하며 다양한 형태로 업무 형식이 변모할 것으로 기대된다. 필자 역시도 막연히 반대했던 재택근무를 실제로 경험해보며 회사, 팀원들에 대한 신뢰를 높일 수 있었다. 앞으로도 예측 불가능한 사회에 맞춰 다양한 업무의 형태가 도입될 수 있기를 기원해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