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의 끄적임
코로나 한국 확진자가 발생한 지 두 달반이 지난 지금, 누구는 답답함을 참지 못해서 혹은 내가 걸릴 가능성은 낮다고 생각해서 혹은 정말 불가피한 사정으로 밖으로 나가기 시작했다. 이 중 누구는 확진을 받아 많은 사람들에게 비난을 받기도 하고 누구는 이로 인해 불안에 떨기도 한다.
맘 카페에서는 답답해하는 아이를 어쩔 수 없이 아이를 밖에 데리고 간 엄마를 비난하기도 하고 이해한다는 다른 의견과 서로 다툼이 일어나기도 한다. 밖에 나가지 않고 아이들과 집에만 있는 이들은 또 이들을 보면 허탈한 심정에 빠지기도 한다.
무엇이 우리를 이토록 각박하게 만든 걸까?
하루에도 몇 번씩 한 숨이 나기도 하고, 마음이 답답해 창문을 열기도 한다.
이런 상황을 두 달 넘게 겪다 보니 끝이 없는 구덩이 속으로 세상 모든 활기가 들어가는 것만 같았다. 근데, 다시 생각해보니 이 상황이 나에게 준 것이 생각보다 많았다. 욕심에 평일, 주말 저녁이면 각종 스터디와 모임으로 바빴던 내가 모든 모임을 취소 혹은 화상으로 대체하고 집으로 일찍 퇴근하기 시작했고, 주말이면 밖으로 놀러 다니기 바빠 잘 돌보지 못했던 집안 살림도 하나씩 들여다보기 시작했다.
아이와 함께 있는 시간이 늘어나다 보니 아이와의 교감이 늘어났고, 냉장고에 오래 묵혀있던 음식물들은 드디어 세상의 빛을 보기 시작했다. 주말 아침부터 나가느라 주말은 거의 외식으로 때웠던 우리는 주말 세끼를 모두 집에서 때우기 시작했고, 냉장고의 신선식품들은 집안에서 활발하게 소비되었다. 아이와 하루 종일 축구하고 자동차 놀이를 하다 보니 아이와 베프가 되었다.
직정 다니느라 바쁠 때는 차마 알지 못했던 아이의 나쁜 버릇을 보며, 스트레스받을 때는 이 모든 상황이 바이러스라는 불행 때문에 일어난 것이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세상을 보는 각도를 살짝 바꾸니 아이의 버릇을 함께 옆에 붙어서 교쳐줄 수 있어 감사하다. 몇 달째 냉동칸에 묵혀 두었던 곰탕들을 소진할 수 있어서 감사하고, 덕분에 신선한 식품들을 활발하게 소비할 수 있어 건강해진다.
이번 상황을 겪으며 세상을 다시 보게 된다. 모두가 불행이라고 말하는 이 세상을 즐겨보려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