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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나무늘보 Jun 28. 2020

#12. 네 생각을 자주 들여다 본다는 것

엄마가 아들에게 보내는 편지_열두 번째

안녕. 지비야.

정말 오랜만에 너에게 편지를 쓰는구나.


지난주에는 네가 처음으로 유치원에서 발표를 했어. 엄마는 급하게 너와 발표 준비를 하며, 어떤 내용을 발표시킬까 고민했어. 첫 발표인 만큼 네가 가장 좋아하는 빠방에 대해 설명하기로 했어. 네가 좋아하는 중장비 빠방들을 프린트하고 아빠랑 함께 색칠을 했지. 그리고 배경에는 네가 가장 좋아하는 기찻길을 붙였어. 함께 만드는 발표 자료라서 그런지 우리 지비는 만드는 내내 행복해했어.


네가 가장 좋아하는 것.

그렇게 열심히 색칠한 자료를 두고 엄마는 너에게 여기가 어딘지 지비가 가장 좋아하는 자동차는 무엇인지를 물어보며 자연스럽게 너의 생각을 펼칠 수 있도록 했어.

우리가 함께 만든 너의 발표자료

그렇게 발표를 하고 돌아온 날, 선생님께 전화로 너의 발표 후기를 들었어. 선생님께서 정말 잘했다고 많은 칭찬을 해주셨어. 그러곤 지비에게 칭찬을 많이 해달라고 전해주셨어. 엄마는 지비를 예쁘게 봐주시는 선생님께 너무 감사했어.

 

사실 엄마는 선생님께서 돌려 돌려 아이들이 의례 하는 발표 형식에 맞지 않게 지비가 발표했다는 사실을 알아들었거든. 그럼에도 불구하고 선생님은 지비의 좋은 면만을 바라보고 좋은 점만을 찾아내서 전해주신 것을 알고 있었지. 그리고 그 따뜻한 배려에 감사함을 느꼈어.(나중에 지비 졸업해도 한 번 찾아뵙고 감사 인사를 드리자.) 다른 친구들 발표한 걸 찾아보니, 역시나 정해진 발표 형식으로 연습을 했더구나.(사실 정해진 발표 형식은 없지만, 우리가 아는 그 인사말과 내용이 있더라고.)


하지만, 엄마는 지비가 발표를 잘하는 아이이기보다는 답변을 잘하는 아이가 되기를 원해.

정해진 형식으로 발표를 하는 것은 열심히 그리고 많이 연습하면 할 수 있어. 하지만, 어떤 질문에도 내 생각을 잘 담아 대답할 수 있는 사람이 되는 것은 매우 어려운 일이야. 앞으로도 엄마는 정해진 형식으로 연습을 하기보다는 너의 생각을 잘 표현하는 지비가 되기 위한 연습을 시킬 거야. 어떤 질문에도 당황하지 않고 너의 생각을 잘 관철하고 답변을 할 수 있는 아이가 될 수 있기를 바래. (하지만, 가끔 정말 아무 생각이 안들 때도 있어)

생각보다 아무생각이 없는 시간들은 자주 찾아와.


그리고 그게 가장 어렵다는 걸 아는 아이가 될 수 있기를 바래.

엄마는 지금도 엄마 자신의 생각을 잘 관철하지 못할 때가 많아.

어떤 순간에, 어떤 질문에 내 생각은 어떤지에 들여다 보기보다는 그 분위기에 답이어야 하는 것 같은 내용에 대해 집중하는 편이야. 하지만, 정말 ‘나’의 커리어를 만들기 위해서는 내 생각에 집중하고 나만의 언어로 대답하는 연습을 하는 게 정말 중요해. 지비는 어렸을 때부터 그런 연습을 많이 하는 아이가 될 수 있기를 바래.

‘내 생각’ 자주 들여다 보는 아이가 되길 바래.


엄마는 저녁 9시, 크로상에 딸기잼을 발라달라는 너에게 빵과 우유를 주기위해 이만 가봐야겠다. 다음 발표를 위해 우리 좀 더 생각을 표현하는 방법을 잘 연습해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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