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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나무늘보 Jul 25. 2021

흘러가는 대로

아무 생각 없이 끄적이고 싶어서

살아가면서 항상 계획대로 살아가는 사람을 동경해왔다.

일분일초도 게을리하지 않고 본인이 원하는 삶을 개척해서 사는 사람들. 나도 그렇게 살아야 한다고 배워왔고 그랬기에 초등학교 때부터 삐뚤빼뚤한 원을 그려가며 그 원을 쪼개고 쪼개어 계획표를 그려놓곤 했다.


그렇게 사는 게 옳은 삶이라 생각해왔다.

매분, 매시를 계획해서 살고 이를 이루는 삶이 옳은 삶이라 생각했다. 소위 ‘잘 된’ 사람들의 인터뷰를 보면 어렸을 적부터 내가 되고 싶은 것에 대해 목표를 세웠고 이를 이루기 위해 끊임없이 고민하고 노력했다고 했다. 이런 위인들의 스토리는 그렇게 살지 않으면 마치 ‘루저’가 된다는 공식을 알려주는 듯했다.


되는대로 살았다고 얘기하는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

그냥 인생의 발길이 닿는 대로 인생이 흘러가는 방향대로 살다 보니 이렇게 훌륭한 사람이 되어 있었다고 말하는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 마치 그들은 태어났을 때부터 지금의 목표와 방향을 아주 선명하게 설정하고 이룬 사람들 같았다.


이런 이야기들은 하루에도 몇 번씩 방향을 바꾸고 하고 싶은 일들이 수시로 바뀌는 나의 인생이 실패했다고 말하는  같았다.

이 브런치도 소위 말하는 베스트셀러 작가가 되기 위해서는 처음부터 스토리의 어젠다를 모두 구성하고 이를 계획된 주기에 맞춰 발행해야만 할 수 있다고 말한다. 나도 브런치의 종착역인 ‘출판’이라는 꿈을 가지고 시작할 때는 이런 공식 성공으로 가는 루틴에 맞춰 시작을 했다. 하지만, 미리 10회까지 짜 놓은 어젠다에 맞춰 매주 정해진 시간에 글을 제출하는 것은 지금 내 상황(육아 육아 육아인…)에서는 불가능하다는 것을 깨달았다. 그리고 이를 매번 달성하지 못할 때마다 일주일 동안 누구보다 치열하게 살았음에도 불구하고 아무것도 하지 않은 계획대로 살지 못한 ‘루저’가 된 기분이 들었다.


서른 중반을 달려가는 지금, 나는 겨우 계획대로 살지 않아도 된다는 것을 깨달았다.

이제 내가 계획한 어젠다대로 글을 써도 쓰지 않아도 된다. 그렇게 살지 않아도 내 인생은 뜨겁게 굴러가고 있으며 그 안에서 하루에도 수십 번씩 나만의 todolist는 작성되고 있다. 이제 한주의 마무리를 이번 한주도 목표한 것을 달성하지 못한 ‘루저’로 마무리하기보다는 무계획 속에서 더 멋진 결과를 창출하는 ‘그냥 하고 싶은 대로 하는 삶’을 살아보려 한다.


이 글의 다음 글을 내일 쓸지 다음 달에 쓸지 내년에 쓸지 모르는 것처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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