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무 생각 없이 끄적이고 싶어서
얼마 전, 인스타를 무려 1년 동안이나 쉬고 있는 대학 동기 언니를 만났다. 반면, 인스타를 활발히 운영하고 있는 나는 그 언니와의 사진을 인스타에 올렸고 이내 만나는 친구들마다 그 언니의 소식을 물었다.
그 언니 요즘 어떻게 지내? 통 소식을 못 들은 지 넘 오래야.
그날 밤 나는 생각했다. 코로나로 인해 나도 친구들을 거의 일 년 만에 보는데 우리는 서로의 근황을 잘 알고 있었다. 인스타 덕분이었다.
요즘은 인스타를 하는 사람들과 안 하는 사람들로 나뉜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실제로는 만나보지 못한 랜선 친구들이 실제 친구들보다 내 소식을 먼저 알고 축하해준다. 심지어 몇 년 동안 못 보던 언니와 출산 후 병실이 바로 옆이라는 것도 서로의 인스타를 통해 알았다.
반면, 대학 시절 거의 같이 동거 동락했던 그 언니는 언니의 인스타 부재로 인해 서로의 소식을 잘 알지 못한다. 심지어 언니가 이사를 한지 일 년이 지나도록 알지 못했다. 하지만, 언니는 우리의 소식을 알고 있었다. 바로 인스타를 통해서 라고 했다. 언니는 인스타를 탈퇴했지만 부계정(아무 정보나 사진이 없이 단순히 다른 피드를 보기 위해 만들어진 인스타 계정)을 통해 우리의 것이나 인스타에서 필요한 정보들을 보고 있다고 했다.
부계정을 가진 사람들은 주변에 생각보다 많았다. 우리 부모님들도 나의 근황과 아이들의 사진을 보기 위해 가입하고 오직 내 계정만을 팔로우하셨다. 나와 친한 언니도 다른 친구들의 근황과 인테리어를 보기 위해 부계정을 만들어 사용하고 있다고 한다. 이렇게 부계정을 이용하는 사람의 목적은 특정 정보를 획득하기 위함이거나 다른 사람의 소식을 보기 위함(흔히 말하는 염탐)이 있다.
그렇다면 다른 사람을 염탐하는 심리는 어떤 심리일까?
인스타의 근황을 다른 사람의 일상은 당연히 미화되었을 가능성이 높다. 사람들은 주로 자기가 자랑하고 싶은 것을 올리지 숨기고 싶은 것을 올린다. 그런 다른 사람의 일상을 보다 보면 나보다 상향된 일상을 보다 보면 무의식적으로 나의 상황과 상향하여 비교하게 되고, 대부분 내 일상과 비교하고 있다는 것조차 인지하지 못한 채 그저 평범한 나의 일산을 보며 우울감에 빠질지도 모른다.
이 무의식적인 상향 비교가 나에게 유익한 효과를 주는지는 고민해 볼 필요가 있을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