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타는 숲에서 방향을 잃고
빙글빙글 허공을 도는 새
모두 타버려야만 다시 태어날 수 있다고
너가 말한 날이 있었지
불이 쓸어 버려야만 하는 것들이 있다고
왜 그랬어
묻기도 전에 숲은 소멸되고
하얀 재가 무덤처럼 나를 덮어주고 있었어
검은 숲,
밤안개 속
새는
타버린 날개를 안고 누워있었어
폭설이 내리고
흰눈이 쌓이고
녹고
진창이 걷히면
그때 다시 태어날 수 있을까
우리 그때 작은 새를 봤던 일이 기억나니
파스텔 톤
다운된 목소리로
이쁘다
사랑 받을 새.
새를 유심히 보는 내게 너는 작고 부서지기 쉬운 그 새를 내 손에 쥐어줬지
언젠가 너는 내게 그 새와 닮은 새 한 마리를 보냈어
보내지 않았으면 짝이었을지 몰랐을 새를
난 아직도 그 새들을 서로 마주보게 둬
그러면 꼭 너를 보는 듯한 기분이 든다
아주 멀리서 소리가 들려
숲이 우우-우우-
울며 나를 부르는 소리
파드득 파드득 작은 날개짓으로
다시 태어나
숲에
새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