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비자와 운영자의 입장 차이
토요일이 유일하게 오픈 직후 은비한테 매장을 맡기고 돌아다닐 수 있는 날이라 이렇게 글에서도 여유를 부여하며 글을 써 본다. 생각을 글로 옮기는 것이 뭔가 물통이 찬 것처럼 제때제때 비워야 하는데, 상황이 여의치 않아 머리만 복잡했다.
사진에 있는 지인이 아니라, 어떤 다른 내 지인이 이렇게 말한 적이 있었다. ‘이젠 거긴 내가 알던 그곳이 아니야, 그때 그 느낌이 없어졌어’ 사실 나도 이 말을 들을 때 생각났던 부패 전의 서교동 뒷골목 한 카페가 생각났다. 그때 그 느낌은 말할 수 없는 그곳만의 아우라가 있었고 시간이 지나 기억으로만 가끔 꺼내 느끼고 있다. 그리운 그때 그곳.
시간이 지나도 사람들 속에 머물러 있던 아우라의 가게는 잊히지 않는다. 계속 그 그낌 그대로 오랫동안 있어줬으면 하는 그 마음. 하지만 필자가 가게를 운영하는 입장에서 흐름을 트위스티 해 보자면, 우리가 아직까지도 그런 정서를 지니고 고착하기엔 유지하지 못할 위험에 노출된다는 현실에 직면된다. 아쉽게도 1년이 아닌 반년만 지나도 ‘오래된 브랜드, 가게’로 인식되어 버리는 비운의 시대이기 때문이다.
우리가 알고 있던 그 매장은 이제 그런 식으로 운영할 수 없는 상황에 직면에 처해 있는 것이다. (왜 2호점을 꼭 해야 하고 좋아하던 그 사람이 보이지 않으며, 고유한 무언가 사라진 것 같은 느낌은 결국 생명연장을 위한 선택) 햇살이 들어오던 남서향에 느긋한 클래식, 사람들의 수다 소리도 카페 사운드로 들리던 멋진 공간. 하지만 변화는 어떤 이들에겐 보수적으로 느껴지길 마련, 결국 한 가게를 계속 운영하기 위해선 기존의 정서와 흐름을 역동적으로 바꿔야 하는 현실.
필자가 최근 블로그에 포스팅했던 진정한 가게로 인정받기 위함은 결국 ‘거의 매일 우리를 소비해 주는 로컬에게 인정받는’ 것에 언급을 이어 붙일 수 있게 된다. 실제로 카페를 한 번 소비하고 재방문하지 않는 시대에 접어든 만큼, 소비자의 ‘그대로 있어줬음 하는 마음’은 운영자에 있어선 ‘미래를 준비하지 못하고 두려움을 견디는 마음’과 맞바꿔야 하는 것. (물론 준비가 덜 된 사람이 창업한 이들은 그만한 책임을 받는 것이다) 그게 어쩔 수 없는 현대의 입장 차이라고 할 수 있겠다.
업사이드가 그렇다고 큰 변화를 주겠다! 이런 의도나 그 말을 했던 지인에게 반론을 말하기 위한 의도는 절대 아니고, 나도 이번 재계약이 일본처럼 한 50-100년 계약으로 해 주면 안 될까 뭐 이런 잡생각으로 결론을 얼렁뚱땅 마무리 지을까 한다. 영혼이 깃들기까지 우리에게 지속할 에너지를 모으기 위한 기간이 너무 짧다. 100년도 아닌 10년, 아니 1년도 오래됐다고 생각하는 굉장히 트렌디하고 헤픈 시대에 적응하기 위해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