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컬쳐드배 Sep 03. 2018

뿅 빼기

꼭 어떤 일이 있어서 쓰는 것은 아니고 콜롬비아 싱글을 전달 드리기 위해서 신림의 포말 커피 사장님과 잠깐 이런 저런 얘기를 하게 되었다. 정말 리얼 월드의 치열함이 한강 건너의 사장님 고충과 일맥상통하여 서로 힘을 돋구곤 건대로 몸을 돌리며 생각하게 되었다.
-
예전에 어떤 대표님이 아직 바에서 커피 가지고 건들거리던 나에게 이런 말씀을 하실 때가 있었다. 거품 빼. 그땐 그게 무슨 소린지 정확하게 알 턱이 없었으나 역시 짬인 무서운 것인지 조금은 알게 되어 성장통을 느끼고 있는 중이다.
-
내 바로 윗 선배들은 일찌감치 자신만의 매장에서 열심히 그 자리를 굳건히 지키고 있는데 아마 이들 레벨은 지금 몇 년 정도 경력 가지고는 태클 조차 걸 수 없는 분들도 계신다. 이 선배들이 가끔 SNS에 이런 내용을 담을 때가 있었다. 아, 부가세 내고 나니가 완전 거지 다 됐다. 하 이제 이런 리얼 월드를 나도 느끼게 되다니 만감이 교차하고 있다. 커피만을 바라봤던 건들거리던 내가 세금을 내고 나만의 무언가를 계속하기 위해서 현실을 직면한 것이다. 아직까지 사회생활로 커피일을 하고 있는 이들은 언젠가 갖게 될 자신만의 공간에 엄청난 후폭풍을 어찌 감당할 지 조금은 궁금하다. 그래, 겁주는 거다. 이상과 현실은 매우 말도 안 될 만큼 괴리감이 어마하다.
-
일전에 블로그에 커피를 하는 것과 카페를 하는 것에 대한 생각을 담은 글이 있었는데, 이에 공감하는 이들은 이제 어느정도 현실을 살고 있을 확률이 크다고 생각한다. 그저 우리는 커피라는 아이템을 가지고 철학을 넘어 그 이상의 현실적 댓가를 치뤄야 하는 출발선에 선 셈이다. 여기서 무언가를 시작해 달리고 있는 사람을, 시작하지 않고 가만히 있는 자들이 질타하고 이상한 걸로 비판하기 쉬워지는데 달리는 사람은 어떻게든 그 질타와 비판을 그냥 똥 피하 듯 강한 멘탈은 필수로 작용해야 한다. 그게 진짜 세금 내면서 옆 카페 테이블 얼마나 차 있는지 보게 되는 리얼 월드의 극히 일부분이다.
-
이제 그 대표님이 왜 손님들 손님들 했는지 알 것 같다. 어깨에 뿅 빼라고, 거품 빼라고 했던 말이 어떤 것인지 윤곽을 비교적 정확히 잡을 수 있을 것 같다. 그래도 타인한테 ‘무언가를 좀 빼’라고 말할 수 있으려면 자신만의 무언가를 가지고 있어야 한다는 것일 잊어선 안된다. 한낯 출발선도 그리지 못한 이들은 지금 조그맣게라도 부가가치세를 내면서 현금 세어 가면서 하루를 살아가는 이들을 뭐라뭐라 왈부할 힘은 없는 것이다. 나는 그냥 그들의 뒤를 쫓아서 선만 조금 넘어 본 것 뿐인데도 이렇게 길이 울퉁불퉁하고 빡쌜 줄이야. 그래, 겁주는 거다. 현실을 사는 게 그런거다. 정신 단디 잡아야 한다.


-
#카페 #창업 #리얼월드 #현실 #현실은

작가의 이전글 공생관계 확립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