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사체험에서 느낀 깨달음
솔직히 아직도 긴가민가하다. 과연 저승이라는 곳이 있을까 하고. 만약 그날 내가 본 것이 저승이 맞다면 우린 정말 정신 차리고 살아야 한다고 본다. 그날 내가 깨달은 것은 인생은 마일리지라는 것. 본인이 내세에서 쌓은 모든 것은 결국 마지막에 시험을 받는다는 것이다.
어찌 보면 불교, 기독교에 나오는 '지옥' 과도 비슷하지만, 난 조금 다르게 본다. 본인이 이승에서 받은 포인트를 가지고 어떤 '무언가'를 가지게 될지 결정됐기 때문이다. 물론 사람마다 조금씩 다르다곤 하지만 내가 봤던 세상에선 그게 전부였다.
쇼크가 왔을 때 내가 마지막으로 든 생각은 괴롭다. 이제 그만 살고 싶다였다. 수술은 끝났지만 숨을 쉬지 못할 정도로 괴로웠기 때문이다. 그 후에 듣기론 갑자기 심정지가 왔다고 들었다. 아니 봤다고 하는 게 정확하겠다.
왜냐면 난 그때 이미 침대에 누워있는 '나' 자신을 보고 있었기 때문이다. 무슨 생각이 들었는지는 모르겠다. 단순히 그때 느낀 감정은 편안하다. 단지 그뿐. 시간의 흐름은 잘 몰랐던 것 같다. 단지 그냥 내가 있다는 것만 인지하고 있을 뿐이라 그 외의 모든 것은 느껴지지가 않았다.
그리고 문득 정신을 차렸을 땐 환한 빛과 함께 '나'였던 것이 그 안으로 빨려 들어가는 느낌이 이승의 마지막이었다. 모든 상황을 인지하고 있었을 땐, 난 어떤 숲 속에 있었다. 그것도 눈에 다 들어오지 않는 엄청난 녹색의 숲. 그냥 모든 게 다 거대했다.
그리고 그 속에 보이는 동물들은 우리가 익히 아는 생물도 있었지만, 처음 보는 동물도 한가득이었다. 사람 얼굴의 사슴이라던지, 기괴한 털을 가진 동물들이 나를 빤히 쳐다보고 있었다. 두렵다는 감정보다는 단순히 나를 보고 있구나 하며 길을 걸어 나갔다.
그리고 그냥 눈앞의 길을 하염없이 걸었다. 그러다 보니 눈앞에 어떤 백발의 지팡이를 든 노인을 발견했다. 지긋이 보더니 따라오라며 나를 이끌고 어떤 나무 앞으로 걸어갔다. 정말 거대한 나무였는데 특이하게 굴 같은 게 보였다. 그러더니 그 안으로 들어가자고 하더니 먼저 걸어가더라.
그러고선 나에게 이번 생은 잘 살았냐며 질문을 던졌다. 당시의 나는 대답을 못 했다. 그 후에 무슨 말을 했었는데 그게 기억이 흐릿하다. 대략적인 것을 떠올려보면 아직 점수가 차지 않았으니 기회를 한 번 더 주겠다는 것. 그리고는 굴 속의 더 깊은 곳으로 날 안내했다.
그곳에서 발견한 것은 3개의 제단이었다. 각 제단 위에는 하얀 안개 같은 공이 3개씩 놓여있었다. 그러더니 셋 중에 하나만 가져가라며, 선택하라고 했다. 어떤 선택을 하던 그건 내 몫이라며. 난 그때 당당하게 가운데 것을 달라고 요구했다.
그러더니 지팡이로 그 공을 푹 찌르더니 나에게 입을 벌리라고 했다. 그러고는 지팡이 째로 내 몸속으로 쑤셔 넣었다. 진짜.. 그때의 느낌은 지금도 생생하다. 기다란 무언가가 내 목을 통해 깊게 들어오는 느낌. 그게 내 몸 전체를 뚫어버릴 듯한 기세로 파악 퍼져나갔다.
그리고 눈이 번쩍 뜨였다. 온몸에 상쾌한 기운이 가득 느껴졌다. 그리고 또 하나의 기적이 일어났는데 바로 사지마비였던 손, 발이 움직였다는 것. 물론 완벽하지는 않지만 움직인다는 것에 대해 너무나도 깊은 감사함을 느꼈다.
물론 아직 후유증은 남아있었지만, 그 후에 꾸준한 재활과 스스로 공부를 통해 지금은 일상생활에는 전혀 지장이 없는 삶을 살고 있다. 다시 그 노인의 말을 떠올려보면 매 삶에 내가 내리는 선택과 행동이 점수로 치환된다는 결론에 도달한다.
정확하게 어떤 점수인지는 지금도 모르겠다. 인간의 윤리와 도덕에 관계된 점수인지, 아니면 영계에서만 인정하는 점수인지. 물론 그 부분을 제대로 알고 있다면, 보통의 인간처럼은 살 수 있지 않을 거라 본다. 어쨌든 삶의 마지막까지 풀어야 할 숙제라고 생각하며 살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