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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GoEastAgent Feb 16. 2019

신은 전능한가 참? 거짓?

초콜릿, 우유, 그리고 초코우유

신은 인간을 창조하고 인간은 컴퓨터를 창조했다. 이들 간의 유기적인 관계를 관찰함으로써 나는 신과 인간과 컴퓨터를 이해해보려고 한다. 


흔히 신은 전지 하고, 전능하며 전재하다고 한다. 이 글에서는 전재와 전지에 대한 내용은 생략하고 전능에 대한 이야기만 다뤄 보도록 하겠다. 


"신이란 존재는 전능하다."

이 정의는 이 글에서 반박하지 않는 것으로 하겠다. 이건 수학에서 말하는 공리의 개념으로 내 주장의 출발점이다. 


 신의 존재를 정의하고 나서 나는 하나의 질문을 던져 보겠다. 

"신은 자신이 들 수 없는 돌을 창조할 수 있을까?" (페이스북의 어떤 사람이 던진 질문인데 출처를 알 수 없다)

만약 신이 그런 돌을 창조할 수 있다면 자신은 그 돌을 들 수 없기 때문에 전능한 것이 아니다.

또한 그런 돌을 창조할 수 없다면 역시 창조할 수 없기 때문에 역시 전능하지 않다. 

어떤 식으로든 신은 전능하지 않은 것이다. 


이런 류의 질문은 다음과 같이 단순화시킬 수 있다. 

"신은 자기 자신이 아닐 수 있는 능력을 가지고 있는가?, 즉 신은 신이 아닐 수 있는가?"

위의 질문과 크게 다르지 않다. 신이 신이 아닐 수 있다면 그건 신이 아니기에 전능하지 않고, 신이 아닌 걸 할 수 없다면 그 역시 전능한 것이 아니다. 


논리학 교양 과목을 듣던 중 교수님이 말씀하시길 형식 논리학의 한계점 중 하나는 명제는 참/거짓 두 가지 상태밖에 없는 것이라고 하셨다. 즉, 참인 명제의 부정은 거짓이고 거짓인 명제의 부정은 반드시 참이라는 것이다. 흔히 말하는 흑백 논리나 이분법적 사고가 그 예이다. 


"당신은 좋은 사람입니까?"라는 어떤 사람의 질문에 우리는 예/아니요 로 대답할 수 있을까? 시간에 따라서 나는 좋은 사람이기도 하고 좋은 사람이 아니기도 한다. 설문지에서 이런 류의 대답을 할 때마다 답답함을 느낀 적이 많을 것이다. 어떤 질문은 예도 아니 오도 아닌 경우가 현실 세계에선 분명히 존재한다. 


사고 실험을 해보자. 초코우유는 초콜릿인가? 초코우유는 우유인가?

초코우유라는 것이 존재한다는 걸 아는 미래의 시점에서는 초코우유는 초콜릿도 아니고 우유도 아닌 '초코우유'라는 존재이기에 위의 두 명제는 거짓이라고 할 수 있다. 하지만 세상에 초코우유라는 존재가 없는 과거에서 똑같은 질문을 던지고자 한다. 


초콜릿 농도가 99%이고 우유 농도 1%인 '어떤 것'이 비커에 담겨 있다. 겉으로 보기에 초콜릿과 다를 바 없다. 이제 "'이것'은 초콜릿입니까?"라는 질문에 많은 사람들은 '참'이라고 대답할 것이다. 이제 초콜릿 농도가 1%이고 우유 농도 99%인 '어떤 것'을 향해 "이것은 초콜릿입니까?"라는 질문을 던졌을 때 역시 겉으로 보기에 우유와 다를 것이 없기 때문에 '거짓'이라고 대답할 것이다. 다음으로 우리는 초콜릿 농도와 우유의 농도를 계속해서 조정해 나갈 것이다. (초콜릿 99%, 우유 1%)에서부터 (초콜릿 1%, 우유 99%)까지 조정해 나갈 때 이 "어떤 것"은 초콜릿이면서 초콜릿이 아닌 경우가 반드시 존재할 것이다. 


위의 예에서 처럼 어떤 명제를 참/거짓으로 구분할 때는, 참도 거짓도 아닌 상태가 반드시 존재 한다고 믿는다.


그러면 이제 "신은 신이 아닐 수 있는가"란 질문이 조금 편안하게 다가온다. 과거에 존재하지 않았던 초코우유의 존재처럼 그 존재가 확고해 지기 전의 신이면서 신이 아닌 상태는 존재할 수도 있다는 말이다. 따라서 "신은 신이 아닐 수 있는가?"란 명제를 참도 거짓도 아닌 상태로 정의 하므로써 당장 답해야 하는 논쟁을 피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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