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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 사람이 하나의 3차원 도형에 대해서 논쟁을 벌이고 있다. 두 사람 모두 2차원을 통해, 한 사람은 아래에서 원뿔을 바라봤고 또 한 사람은 옆에서 바라보게 되었다. 아래에서 바라본 사람은 이 도형이 원이라고 주장할 테고 옆에서 본 사람은 삼각형이라고 주장할 것이다. 두 사람의 논쟁은 한동안 접점을 찾기가 힘들 것이다. 두 사람 중 누구의 말이 맞을까?
답을 알고 있는 우리는 원뿔이라는 3차원 도형이 보는 관점에 따라서 2차원 평면 위의 원 또는 삼각형의 모습을 할 수 있다는 걸 알고 있다. 하지만 원뿔의 존재를 모를 때 우리는 논쟁할 수밖에 없으며 합의할 만한 접점을 찾지 못할지도 모른다.
최근에 어떤 정치적인 문제로 두 정치인이 토론을 하는 영상을 본 적이 있다. 나는 어느 한쪽에 감정이입을 했던 터라 내가 응원하는 정치인의 말은 알아듣기도 쉬웠고 수긍도 잘 갔다. 하지만 반대쪽 사람의 말은 수긍도 잘 안 갈뿐더러 자신의 주장을 전개하는 방법에도 동의할 수가 없었다. 그런데 분명 어떤 사람은 나와 반대로 내가 응원하는 사람의 말에 동의할 수 없을 것이다. 내 입장에서는 너무 당연한 것이 어떤 사람의 입장에서는 당연한 게 아닐 수 있다. 우리가 하고 싶은 말을 속 시원하게 해주는 영상 안의 두 정치인은 나같이 생각하는 사람과 다르게 생각한 사람 간의 논쟁이라고 봐도 무방할 것이다.
그렇다면 혹시 우리는 원뿔을 앞에 두고 원인지 삼각형인지 싸우고 있는 건 아닐까? 내겐 너무 당연한 진실들을 상대방은 부정을 한다. 하지만 내가 보지 못한 어느 관점에서는 상대방의 말도 맞을지 모른다. 그렇게 생각하면 상대방의 말을 부정할게 아니라 내 말도 맞고 상대방의 말도 맞는 다른 차원을 찾는 것이 더 중요할지 모른다.
우리는 어떻게 원뿔의 존재를 찾을 수 있을까?
3차원의 사물을 2차원으로 이해하기 위해서는 다양한 관점에서 바라보아야 한다. 최대한 다양한 관점에서 바로 본 도형을 종합해 봤을 때 우리는 비로소 새로운 차원을 상상할 수 있을 것이다.
2012년 광해, 왕이 된 남자라는 영화가 개봉했다. 이제까지 광해군이라는 인물은 연산군과 더불어 묘호를 받지 못한 폭군으로 배운 바 있다. 하지만 영화에서 보여주고 있는 건 폭군의 모습이 아닌 백성을 사랑하고 사대의 명분을 따르지 않는 선량 하며 실리적인 인물로 묘사된다. 특히 대동법 시행이라는 역사적 사건과 연관 지어 광해군을 평가할 수 있는 다른 관점을 제공한다.
영화 광해의 관점처럼 나는 최대한 다양한 관점을 제시하는 것이 더 높은 차원의 진실을 파악하기에 유리하다고 생각한다.
지금 성인이라고 추대되는 소크라테스는 그 당시 왜 사람들에게 박해를 받았을까?
지금 인류의 적이 된 히틀러는 그 당시 왜 그렇게 많은 사람에게 지지를 받았을까?
그 당시 사람들은 뭔가 놓치고 있던 게 아닐까?
우리는 지금 뭔가를 놓치고 있진 않을까?
인류의 스승과 적인 소크라테스와 히틀러를 시작으로 앞으로 다양한 인물과 사건에 대해 삐뚤어진 관점을 제시해 볼 생각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