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스에 출근하면서 거의 매일 지나가는 서점입니다. 저 서점을 왜 찍었냐 하면 저기에는 항상 어떤 그지가 앉아서 무언가를 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그 사람을 찍을 순 없었습니다 혹시 몰라서.. 항상 지나갈 때마다 책을 읽거나 그림을 그리고 있는데, 저는 왠지 모르게 그 모습이 너무 좋았더라는 겁니다. 그래서 매일 저길로 다니곤 합니다. 그 그지는 도대체 뭘 하고 있는 걸까요? 책을 읽어서 지식을 쌓거나, 그림을 그려서 팔려는 것도 아니었을 거 같은데 말이죠.
초등학교 1학년으로 처음 학교에 갔을 때, 그지 같은 친구를 한 명 만났습니다. 그 친구는 아주 남루했었죠. 근데 그 남루함이란 것이 조금 특이했습니다. 세수는 거의 매일 안 하는 것 같았고, 하얀 교복을 빨지 않고 입고 다녔습니다. 아주 화려한 옷을 꾀죄죄하게 입고 다니니 그 남루함이 한층 더 돋보였다랄까요? 그리고 그 친구는 굉장히 웃겼습니다. 같이 옆에 있으면 절대 안 웃을 수가 없었죠. 그런데 어느 날 갑자기 전학을 간다고 해서 굉장히 아쉬워했던 기억이 있습니다.
옛날에 길을 가는데 또 어떤 그지는 나한테 그러더라고요. 지금 망설이는 거 다 안다고, 가슴이 시키는 데로 하면 된다고요. 그때는 진짜 깜짝 놀랐습니다. 속으로 이걸 줘야 되나 말아야 되나 하고 있었는데 그지가 그 말을 하니까 속을 다 들켜버린 느낌이 들었습니다.
오늘은 미국에서는 처음으로 드럼 studio에 가서 드럼을 치고 왔습니다. 그런데 내가 살고 있는 곳에서 좀 떨어져 있는 곳이라 지하철을 타고 한참을 가야 했습니다. 거기는 동네가 많이 낡아 보이더라고요. 그런데 오늘은 하루에 너무 많은 그지들을 봤습니다. 그지들이 줄줄이 있더라고요. 다 어디서 온 걸까요? 그리고 어디로 가게 되나요?
옛날에 뉴욕에서 일하는 어떤 후배와 새벽에 한 대화가 굉장히 기억에 남습니다. "여기는 뉴욕이고 뉴욕은 전 세계에서 제일 돈이 많다고 알려진 곳인데, 왜 여긴 그지들이 이렇게 많은 걸까요?" 그 담에 내가 무슨 말을 했는지 기억이 안 나는데 그 질문이 한참 동안 머릿속에 맴돌았습니다. 그러게? 왜 그런 거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