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벽 네 시에 출근하며 깨달은 감사
오늘도 어김없이 새벽 출근을 했다.
새벽 네 시, 알람이 울리자마자 몸을 일으켰다.
공항에서 일을 하는 날이면 깊게 잠에 들지 못한다.
10분이라도 늦으면 일정이 모조리 꼬여버리기 때문.
비몽사몽 한 정신을 깨우기 위해 빠르게 세수를 하고 옷을 챙겨 입고는 곧장 문을 나섰다.
날이 풀렸다지만, 새벽 공기는 여전히 매서웠다. 볼이 얼얼할 정도로 시렸다.
어둠 속에서 나를 맞이한 건 버스 기사님의 따뜻한 미소였다.
늘 미소를 띠며 인사를 해주시는 경기 지역 빨간 버스 기사님들.
“안녕하세요.”
짧은 인사 한마디.
하지만 그 말이 어쩐지 나를 지탱해 주는 유일한 온기처럼 느껴졌다.
(밝은 미소와 인사란 참 위대하다!)
환승을 위해 내린 정거장에서, 잠시 편의점에 들러 에너지 음료를 집어 들었다.
계산대에 선 아르바이트생은 피곤한 눈을 비비며 나를 맞았다.
공항 리무진 버스 기사님도 반갑게 인사를 건네며 출발 준비를 했다.
문득, 이 시간에 깨어 있는 사람들끼리는 서로를 이해하는 보이지 않는 연대가 있는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
어쩌다가 공항에서 일을 시작한 뒤, (물론 프리랜서) 정규 출입증을 받고 여기저기 길을 헤매며 다니다 보니 이전에는 보이지 않던 것들이 눈에 들어오기 시작했다. 여행의 설렘에 들떠 있을 때는 결코 보지 못했던 것들.
끝없이 쏟아지는 쓰레기를 치우는 환경미화원분들,
거대한 항공기에 무거운 짐을 재빠르게 싣고 내리는 하역 직원분들, 공항 곳곳을 순찰하며 보안을 유지하는 요원분들. 그들은 보이지 않는 곳에서 묵묵히 공항을 지탱하고 있었다.
마지막 승객을 찾아다니는 지상직 항공직원의 눈빛도 깊이 각인되었다.
탑승 마감이 임박한 게이트 앞, 또 초조한 기색이 역력한 얼굴로 마지막 승객을 찾아 소리치는 모습.
저들 중 한 사람이라도 제 역할을 놓친다면 비행기는 예정대로 뜨지 못할 것이다. 수많은 사람들의 발이 묶이고, 일정이 어그러진다. 공항이라는 거대한 시스템이 단 하루도 멈추지 않는다는 사실이 새삼 선명하게 와닿았다. 이곳은 단순한 여행의 출발지가 아니었다. 보이지 않는 손길들이 끊임없이 움직이며 세워 올린 공간이었다.
하지만 그걸 온몸으로 실감하는 순간은 흔치 않다. 늘 새로운 노동장(?)에서 그 감정을 느끼게 되는 것 같은데, 그래서인지 다양한 환경에서 일을 하고 싶어 하는 것 같기도 하다,,
새벽어둠 속에서 묵묵히 일하는 사람들. 새벽이 아니더라도,
보이지 않는 곳에서 최선을 다하는 수많은 사람들.
또 문득 '보이지 않는 곳'일까,
내가 보려고 하지 않는 것일까. 고뇌해 본다.
우리가 무심코 지나치는 그들의 손길이 없다면,
공항도, 도시는 물론이고, 세상의 모든 흐름이 삐걱거릴 것이다.
겸손해진다. 내 존재가 얼마나 작은지 깨닫는 동시에,
내가 누리는 모든 것들이 누군가의 노동 위에 존재한다는 사실을 다시금 새긴다.
나는 기억하는 사람이고 싶다
기억하면 감사하게 되는 것은 필연적이겠거니 -
하루라도 권태롭게 살아가지 않겠다고 다짐하는 매일이다.
보이지 않는 곳에서 애쓰는 모든 이들에게 감사한다.
그들의 노력이 없었다면, 오늘의 나도 없었을 테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