갑작스러운 엄마의 파격제안!
엄마는 원래 동물을 좋아하는 사람이 아니다.
아니, 정확히 말하면 동물에 관심도 없는 줄 알았다.
적어도 내가 아는 우리 엄마라면 말이다.
길에서 마주치는 강아지나 고양이에게도 눈길을 잘 주지 않았기에.
그런 줄로만 알았지!
그러던 어느 날
엄마의 뜬금없는 메시지.
고양이를 좋아하는 나를 위해서 보내줬다는 고양이 사진. (아쉽게도 기한이 만료돼 그때 사진은 없다)
내가 고양이를 무척 좋아하는 것은 맞지만,
엄마가 사진을 보내준 적은 처음인데..?!
뭐지..?!
엄마가 고양이를 키우려고 고민 중인 걸까?
딸내미들은 원래 촉이 좋다.
그래서 우리 집도 '고양이 키우자!'라는 말을 직접적으로 꺼내진 않았지만.. 고양이 이야기를 계속했다. ㅋㅋ 그도 그럴게 나는 어차피 자취를 하고 있어서, 결정권의 영향력을 1%도 갖고 있지 못했다.
아무튼, 메시지 뒤로 한동안은 또 아무런 이야기가 없어서,
그냥 귀여워서 보냈나 보다- 싶었다.
그런데, 또 어느 날 엄마의 전화.
'고양이 키울까'
응?
'갑자기 왜요?'
엄마는 머쓱하게 웃으며 말했다.
'동생 사정상 고양이를 더 이상 못 키운다네. 그래서 그냥 고양이랑 물품들이랑 다 준대. 우리 집에 생명이 하나쯤 더 있으면 좋을 것 같기도 하고. 너무 귀엽더라..'
엄마의 말은 좀 어색하게 들렸지만, 어쩐지 마음이 찡했다.
'고양이를 키운다'라고 결정하는 건 간단한 일이 아니다.
반려동물은 단순한 애완이 아니라 가족이 되는 거니까.
그 작은 생명을 끝까지 책임질 수 있을까? 우리의 삶이 많이 변하지는 않을까?
경제적으로 힘들어지진 않을까? 수많은 고민 끝에 엄마와 나는 고양이를 데려오기로 결심했다.
'어떡해, 우리 집에 안 오면 어디로 갈지 모른다는데.'
그렇게 엄마와 차를 타고 이동한 김해.
가방에 들려 나오는 고양이, 여태 길냥이들만 봤지,
집냥이(?)를 품에 안은 건 처음이었다.
처음엔 낯을 엄-청 가려 하루이틀은 집 안에 숨어있을 거라고 하셨다.
그렇게 '크림이'를 품에 안고 달려온 집.
너무 쪼그맣고 귀여웠다. 뒤뚱뒤뚱 걷는 것도 귀여웠고,
살짝 겁먹은 듯한 표정도 사랑스러웠다.
마치 갓난아이를 집에 데려온 듯한 기분이 들었다.
우리 집은 이제 가족 구성원이 늘었다.
고양이가 함께한다.
크림아. 내가 너를 끝까지 책임질게!
우리 집은 요즘 부쩍 밝아졌다. 크림이와 대화를 나누듯 말을 걸고,
그 작은 생명이 주는 온기를 누린다.
나는 그 모습을 보며 문득 엄마의 제안이 단순한 변덕이 아님을 깨닫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