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약약강을 어떻게 대해야 할까.

순응을 강요하는 사회에서, 나는 이유를 묻는다

by 고은

살다 보면 꼭 만난다.


늘 남을 평가하며 자기보다 약한 사람에게는 강하고, 강한 사람에게는 약한 사람. 이른바 ‘강약약강형 인간’이다. 중고등학교, 대학교, 소모임, 회사.. 어떤 사회에서도 이런 유형은 흔하다. 윗사람이 있으면 누구보다 조용하고 겸손하지만, 막상 자기보다 낮은 위치의 사람에게는 눈빛과 말투부터 달라진다.


윗사람과 함께 하는 회의 자리에서는 한마디도 못 하던 사람이, 윗사람이 사라지자마자 돌변한다. 아주 사소한 일에도 꼬투리를 잡으며 버럭 화를 내고, 실수를 과장하며 ‘권위’를 세운다. 나 역시 그런 사람 아래에서 일한 적이 있다. 지시라기보다 ‘분풀이’에 가까운 요구들. 과도한 업무 지시, 업무와 무관한 지적, 마치 본인이 누군가에게 당한 수모를 되갚듯 던지는 말투. 그리고 혐오의 눈빛.


나는 논리에 어긋나는 말을 들으면 참지 못하는 편이다. 이유 없이 억압당하는 걸 가장 싫어한다. 그래서 부당한 말이 오가면, 늘 차분하게 반박했다. 물론 사람인지라 목소리가 떨린 적은 있지만, 그럼에도 감정적으로 대응한 적은 없었다. 단지, ‘이건 아닌 것 같다’고 말했다. 그런데 참 요상하게도, 그 한마디가 말대꾸로 치부되었고 늘 문제가 되었다. 회사라는 공간은 정답보다 위계가 우선일 때가 많다. 논리가 아니라 서열이 기준이 되는 곳. ‘맞는 말’은 오히려 불편한 공기를 만들게 되었다.


정말 이해되지 않는 힘든 시기를 지나오며 나는 깨달았다. 이곳에서는 ‘정의’보다 ‘순응’이 더 높은 가치를 가진다는 것을. 그들은 내가 고개를 숙일 때만 안심했다. “네, 알겠습니다.” “말씀이 맞습니다. 그대로 이행하겠습니다.” 그 말이 나온 뒤에야 비로소 얕은 웃음을 지었다. 그러니까, 나를 설득하려는 게 아니라, 나를 ‘눌렀다’는 확신이 필요했던 것이다.


그럴 땐 화가 나기도 했지만, 동시에 이상하게 궁금했다. 왜 이런 사람은 ‘강’할 땐 더 강하고, ‘약’할 땐 더 약해질까. 결국, 그건 힘을 ‘존중’이 아니라 ‘안전’의 수단으로 쓰는 습관이었다. 이들은 권력을 ‘책임’이 아니라 ‘방패’로 삼는다. 자신보다 위에 있는 사람에게 잘 보이는 이유는, 자존감이 아니라 불안 때문이다. “살아남으려면 약한 자를 밟아야 한다”는 잘못된 학습이 그들의 일상 속에 체화된 것이다.


그럼 우리는 어떻게 대응해야 할까. 내가 수없이 싸우며 터득한 방법들이다. 우선, 정면충돌하지 말 것. 강약약강의 인간에게 이성은 통하지 않는다. 그들에게 대화란 ‘관계의 서열’이기 때문이다. 그다음, 기록할 것. 겪어본 이들은 알겠지만, 이들의 말은 매번 바뀌고, 책임은 회피된다. 이때 기록은 방어이자 증거가 될 수 있다. 나도 상시 녹음기를 켜두고 살았다. 마지막으로, 감정의 무게를 줄일 것. 이 사람의 태도는 나의 가치와 무관하다. 그의 불안은 나의 문제로 전이될 필요가 없다.


강약약강형 인간은 세상 어디에나 있다. 그들은 바뀌지 않는다. 그러나 우리는 달라질 수 있다. 여기서 이해한다는 것은 그들을 정당화하는 게 아니라, 그들의 구조를 ‘해석’하는 일이다. 세상은 늘 강자와 약자의 구도로 돌아가지만, 그 사이에도 균형을 지키려는 사람들이 있다. 혹여나 이 글을 접한 누군가가 스스로 강약약강의 모습이 있다고 생각이 들면, 꼭 기억했으면 좋겠다. 당신은 누군가를 밟지 않아도 충분히 단단한 사람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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