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거진 비평

⟪명탐정의 제물⟫ 후기

이야기로선 재밌지만 추리물로선 아쉽다.

by D군

평점 75점


재밌게 잘 읽었다. 분량이 꽤 되는데, 순식간에 다 읽을 수 있었다. 여러 가지 장점이 눈에 띄는 책이었다. 첫째, 몰입감이 굉장히 좋다. 소설을 읽으면서 빠져든다는 느낌을 받은 건 정말 오랜만이었다. 둘째, 작가의 문장력이 좋다. 복잡한 상황을 간결한 문장으로 잘 표현한다. 문장들이 간단해서 머릿속으로 상황을 그리듯 읽을 수 있었다. 셋째, 다중 해결 구성이다. 다중 해결이란 앤서니 버클리가 ⟪독 초콜릿 사건⟫에 도입해서 유명해진 추리 소설 구도다. 하나의 사건을 두고 여러 추리가 나오는 걸 말한다. 이건 호불호가 좀 갈리는데, 나는 아주 좋아하는 구도다.


정말 아쉽지만 이 작품은 단점이 뚜렷하다. 추리가 엉성하다. 초기 엘러리 퀸처럼 정밀한 논리를 기대했다간 실망한다. 명탐정의 사건 해설을 읽으면서 머릿속에 물음표가 수차례 떠올랐다. 본 사건은 엉성한 걸 넘어서 치명적인 오류까지 있다. 스포일러가 되지 않는 선에 설명해 볼까. 이 작품은 특수 설정 추리 소설이다. 현실엔 없는 어떤 마법 같은 설정이 있다. 그리고 특수 설정에 논리가 발목 잡혔다. 곰곰이 따져보면 작가가 정한 특수 설정 상 불가능 한 일인데, 범인은 해낸다. 이건 아주 치명적인 문제다. 추리 소설은 정해진 규칙 안에서 퍼즐을 푸는 오락이다. 작가 본인이 정한 설정을 무시하는 건 규칙을 어긴 것과 같다.


그래서 점수를 주자면 75점. 이야기로선 재밌었지만 추리물로선 아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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