깐부회동

일상의 결 (사는 이야기)

by 신은정



년말 가족모임

가족이 한자리에 모이는 일은 생각보다 쉽지 않다.

‘깐부회동’은 우리 가족이 처음으로 그렇게 만든 자리였고, 아이들까지 함께한 첫 행사였다.

나는 이렇게 가족애를 위해 애쓰는 시댁이 참 좋다.

가끔은 친정 식구들에게서도 이런 모습을 그려보곤 한다.


삼성 이재용 회장, 현대차 정의선 회장, 엔비디아의 젠슨 황이 함께했다는 ‘깐부회동’.

이 모임이 화제가 되어 배달의민족 검색어 1위를 하고 있을 무렵, 부여아주버님 댁에서 아버님기일로 가족들이 한자리에 모였다.

그 자리에서 군자 아가씨가 웃으며 말했다.


“우리도 깐부회동 한 번 해보는 게 어때요?”


강남에서 깐부치킨을 운영하고 있던 고모와 고모부는 망설임 없이 “오케이”를 해주었다.

그때의 말 한마디가 계획이 되었고, 계획은 결국 현실이 되었다.

2025년 12월 20일 오후 4시, 언주로 서원빌딩 1층 ‘깐부’.

스무 명이 넘는 가족이 모였다. 부여 형님 내외에게 감사한 마음을 전하고 싶다는 마음이 먼저였고, 가족과 함께 이런 자리를 만들고 싶다는 마음이 더해져

어른과 아이가 함께한 첫 시간이 되었다.


젠슨 황의 딸 매디슨 황이 기획해 먹었다던 깐부의 메뉴들—

크리스피 순살치킨, 바삭한 식스팩, 스윗 순살치킨, 치즈스틱이 빠짐없이 식탁위에 올라와 있었다.

여기에 오뎅탕, 떡볶이, 골뱅이무침까지 더해지자

테이블은 금세 든든해졌다.

시누는 모든 것을 내어놓을 기세였다.

직원 한 명 없이, 두 분이 이 많은 식구들의 음식을 차려내는 익숙한 손길.

그 손길 위에 켜켜이 쌓인 세월이 느껴졌다.

배가 어느 정도 채워졌을 무렵, 본격적인 시간이 시작됐다.

레크리에이션 강사 자격증을 가진 유정란 장인인 고모부가 진행을 맡았다.

「박원숙의 같이 삽시다」에 출연한 적도 있는 고모부 진행은 ‘가족 모임’이라기보다 진행자를 초대한 자리 같았다.

“먼저 천 원짜리 지폐 한 장씩 꺼내주세요.”

혹시라도 없는 사람이 있을까 봐 미리 바꿔 온 돈까지 준비한 센스와 로또선물까지

12월 20일이라는 이유로 숫자 12 20은 로또가 더 많이 들어있는 행운까지 더했다.


천 원짜리에 적힌 숫자 중 ‘뒤에서 세 번째가 3인 분 나오세요.’

세 명이 나와 가위바위보를 하고, 이긴 사람에게 돈을 몰아주는 게임이 두 번 이어졌다.

이어 어른들에게서 만 원씩을 거두었다.

순식간에 11만 원이 모였고, 아이들이 가위바위보로 승부를 겨뤘다.

1등, 11만 원의 주인공은 경수였다.

또 여섯 가족이 십만 원씩을 모아 60만 원을 만들었다.

놀면서 나누는 법을 아이들에게 자연스럽게 보여주고 싶었던

어른들의 마음이 고스란히 전해졌다.

부여 아주버님이 챙겨온 노래방 기계도 등장했다.

‘우리 시댁가족 모임에도 하나 있으면 좋겠다’는 생각에

경민이에게 검색해서 구입 경로를 알아보라는 숙제를 남겼다.

마이크는 아이들에게 먼저 돌아갔다.

아이가 어른을 지목하고, 어른이 다시 아이를 지목하는 방식으로 모두가 돌아가며 노래를 불렀다.

경신이가 ‘사랑의 배터리’를 선곡해 분위기를 띄우자

진행팀에서는 “커피 마시라”며 10만 원이 든 봉투를 건넸다.

처음 만난 아이들이 금세 친해져 2차를 가자는 약속까지 잡는 모습을 보며,

혈육이라는 말이 괜히 있는 게 아니라는 생각이 들었다.

“아이들 먹은 건 다 치우고 가는 게 좋겠죠.”

깐부 주인장의 말에 모두가 일사천리로 움직였다.

시작도, 마무리도 참 매끄러운 자리였다.


깐부회동.

처음으로 마음을 내어 만든 자리에서 아이들과 어른이 함께 웃고 즐겼다는 사실만으로도 큰집 가족과 작은집 가족의 거리는 한 걸음 더 가까워졌다.

늘 큰집 가족에게 감사해하며 지내온 우리 가족이다.

아버님과 어머님 기일은 산소에 가서 지내기로 하고,

부여로 내려갈 때마다 형님은 늘 식사를 준비해 주신다.

쉽지 않은 일이다.

모든 시간이 편안하고 즐거울 수 있었던 건 형님이 우리에게 내어준 사랑 덕분이다.


준비해 간 구두와 운동화, 옷.

가족들이 고르며 행복해하는 모습만으로도 마음이 꽉 찼다.

감사의 인사를 전하고 싶어 준비한 나 역시 뿌듯했다.

부여 형님 부부에게는 잠옷 선물을 회비로 준비했고,

다른 어른들과 꼬마 손님들에게는 작은 봉투를 챙겼다.

큰집은 장소를 내어준 깐부 시누네에게 작은 성의를 전했다.

누구 하나 빠짐없이 마음을 꺼내보이며 준비한 깐부회동. 가족의 일원으로서 나는 그 따뜻함을 가슴 가득 채웠다.


처음이자 마지막이 되지 않고, 이 자리가 마중물이 되어우리 가족이 더 자주 만나길 기대해본다

작가의 이전글돈이 장벽이 되지않는다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