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드라마를 제시간에 챙겨보는 사람이 아니다.
사실 드라마를 즐겨 보는 편도 아니다.
딸들이나 주변에서 “이건 꼭 봐야 해” 하고 권할 때에야
1년에 한두 번 정도, 마음을 내어 보게 된다.
우연히 넷플릭스에서
〈서울 자가에 대기업 다니는 김부장〉 이야기를 보게 됐다.
류승룡이 연기한 김낙수라는 인물을 따라가며
나는 끝까지 화면에서 눈을 떼지 못했다.
한 남자의 인생이 고스란히 담긴 이야기였고,
그 삶의 무게가 생각보다 깊게 다가왔기 때문이다.
불합리한 제안을 받아들이지 않고
누군가를 해하기보다는
자신이 책임지는 길을 택하는 그의 선택 앞에서
나는 잠시 숨을 고르게 되었다.
누군가를 해쳐야만 살아남을 수 있다면
그 삶은 과연 무엇을 지키는 삶일까.
명예퇴직을 선택하는 장면에서
그는 용감해 보이면서도
몹시 외로워 보였다.
그리고 퇴직 후 상가 사기로
많은 것을 잃고 빚더미에 앉게 된 그의 삶은
더 이상 드라마처럼 느껴지지 않았다.
그럼에도 그는
자존심을 내려놓고
세차장에서 일하며 다시 살아간다.
말끔한 정장을 벗고
물에 젖은 작업복을 입은 그의 모습은
남과의 싸움이 아니라
자기 자신과의 싸움에서
버텨내고 있다는 증거처럼 보였다.
그 장면을 보며
실패 이후의 삶이
반드시 패배는 아니라는 생각이들었다
그가 지켜온 안정 뒤에는
아내의 침묵과 양보가 있었고,
그의 성실함은
누군가의 꿈을 미뤄두게 한 시간이기도 했다.
아내가 준비한 공인중개사시험합격했을때는 내가 합격한것만큼 기뻤다
그녀는 상황을 과장하지도,
남편을 다그치지도 않는다.
무너진 현실 앞에서도
누구의 잘잘못을 먼저 묻지 않는다.
남편의 자존심을 대신 세워주지도 않고
그렇다고 짓밟지도 않는다.
침묵해야 할 때와
말을 건네야 할 때를
그녀는 알고 있는 사람처럼 보였다.
그 모습 앞에서
나는 결국 나 자신에게 묻게 되었다.
나는 어떤 아내일까.
힘든 시간을 함께 지나올 때
나는 얼마나 상대의 자존심을
조심스럽게 다뤄왔을까.
불안과 억울함을 앞세워
상처가 될 말들을 먼저 꺼내지는 않았을까.
요즘 드라마는 한편의 책을 읽는것과 같은 좋은 볼거리가 많다.
한편씩 책읽어내려가든
잘만들었다고 추천하는 핫한 이야기들은 한번씩 시간내어 보아야겠다는 생각을 해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