돈이 장벽이 되지않는다면?

5분에세이

by 신은정



오늘 아침일기 메시지는

“돈이 문제가 되지 않는다면 나는 무엇을 할까?”였다.

이 말을 듣는 순간 오래전부터 마음 한켠에 자리 잡고 있던 답이 또렷하게 떠올랐다.

바로 헬스 PT.


PT를 받는 비용이 아깝지 않을 만큼 나에게 여유가 있었으면 좋겠다고 생각해온 지 오래다. 하지만 살아가는 데 꼭 필요한 지출들을 먼저 챙기다 보면 운동은 늘 뒷순위로 밀려났다. 패밀리에서도, 바이칼에서도 등록해서 받아보았지만 다시 등록하는 일은 늘 마음의 문턱이 높았다.


지금 패밀리에서 무료 PT 3회를 받고 있고, 다음 주 수요일이 마지막 수업이다. ‘나를 위해 PT를 다시 등록해야 할까?’ 고민하던 순간 강사님의 말이 마음에 오래 남았다.

골반은 좋아졌지만 하체 근육이 눈에 띄게 빠졌다는 말.

사실 나도 이미 느끼고 있던 부분이었다.


사고 후 받은 보상금으로 집을 손보고 필요한 것들을 사며 문득 이런 생각이 들었다.

“이제는 나에게 투자할 타이밍 아닐까?”

50회 300만 원.

여전히 큰돈이지만 지금의 나에게 꼭 필요한 투자처럼 느껴진다. 소영 언니가 “망설이지 말고 자신에게 투자하라”고 했던 말도 떠올랐다.

아직도 마음이 흔들리고 있다.


어제는 압구정 박연회 수업을 가기전 소영 언니동네 맛집에 들러 단팥빠을 샀다. 한짱생일이라 케잌대신 단팥빵으로 생일초를 올려 축하주기로 했다.

엄마가 떠올라 단팥빵을 10개 주문해 바로 택배로 보내드렸다.

오늘따라 엄마 생각에 마음에 닿았고, 그 마음을 행동으로 옮긴 나 자신이 고마웠다.


어제는 박연회(역사수업)의 마지막 수업이기도 했다.

90이 넘은 코리아나 회장님은 놀라울 만큼 정정하시고, 박물관을 건물에 만고 소장품 200점을 다른박물관에도 기증하셨다는 이야기를 하셨다.

‘참 멋진 분이다’

그런 분과 같은 공간에서 같은 회원으로 수업을 듣고 있다는 사실이 새삼 감사하게 느껴졌다.


수업이 끝난 뒤 식당에 갔을 때, 우리 테이블 모두 육회비빔밥을 먹고 싶어 했지만 아무도 크게 말하지 않았다. 회비로 먹기엔 가격이 많이 올라 버렸으니 선택지에서 자연스럽게 빠졌던 메뉴.

늘 먹던 메뉴로 맞춰가는 익숙함 속에서 작은 아쉬움도 지나갔다.

소망교회에서 차를 마시며 마지막 수업의 여운을 정리하고, 신논현동 사무실에 들러 단팥빵으로 조촐한 생일 축하를 했다.


그리고 저녁 메뉴를 고르다 결국 처음 떠올렸던 육회낙탕이를 먹으러 갔다. 예약 없이는 먹기 힘든 곳인데 시간이 되자 언제 그랬냐는 듯 자리가 꽉 찼다. 맛있는 건 정말 사람들을 움직이게 한다는 걸 다시 느꼈다.


그날은 소영 언니가 모든 계산을 했다.

“오빠들 생일 때 네가 다 준비했잖아. 오늘은 내가 할게.”

그 말에 미안함과 고마움이 동시에 밀려왔다.

돈 계산 앞에서 마음이 주저 없이 오가는 관계가 있다는 건 참 큰 축복이라는 것.

나는 앞으로도 그런 사람들과 만나고 싶다.

기꺼이, 아낌없이, 따뜻함을 나눌 수 있는 관계.


며칠 전 내가 “자연드림에 가서 사먹던 요거트가 들어와서 아쉬웠다”고 한 말을 언니는 기억하고 있었다.

돌아오는 길에 언니가 맛있는 그릭요거트를 하나 사주며 말했다.

“맛있으면 또 사 먹어라며 일단 맛봐봐.”


좋아하는 사람에게 작은 것을 건네며 함께 기뻐할 수 있는 마음, 그게 바로 나를 살게 하는 힘인지도 모른다.


차에 두었던 신발이 생각났다.

바꿀까 고민하던 신발을 언니에게 건넸다. ‘뭘 줘도 아깝지 않은 사람.’ 그런 사람이 내 곁에 있다는 사실이 오늘 하루를 더 따뜻하게 만들었다.


결국 내가 진짜 원하는 삶은 ‘돈을 마음껏 쓰는 삶’이 아니다.

돈의 눈치를 보지 않고, 마음이 가는 곳에 기꺼이 쓰는 삶.


내 건강을 위해,

사랑하는 사람들을 위해,

내가 중요하게 여기는 가치들을 위해

아낌없이 지불할 수 있는 나로 살아가고싶다.


나는 오늘도 그 삶을 꿈꾼다.

돈보다 더 소중한 것들을 위해

돈이 장벽이 되지 않는 삶을.

작가의 이전글뭉근하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