뭉근하게

5분에세이

by 신은정



“그보다 저는 우리가 스필오버 spill over 될 때까지

뭉근하게 기다렸으면 합니다.

내 안에 좋은 것들을 쌓다 보면

넘치는 순간이 반드시 오기 마련이거든요.”

박웅현 작가의 이 문장을 읽으며

나는 ‘기다린다’는 말 앞에 붙은

뭉근하게라는 단어에서 오래 머물렀다.

뭉근하게는

세지 않은 불기운이

끊이지 않고 꾸준하다는 뜻이다.

확 끓이지 않아도,

불을 꺼버리지도 않는 상태.

어쩌면 삶을 대하는

가장 어른스러운 온도일지도 모른다.

불을 세게 올리지 않아도

냄비 속 국은 제 온도로 익어간다.

끓어 넘치지 않아도,

김이 크게 오르지 않아도

시간은 제 할 일을 한다.

나는 그동안

너무 빨리 넘치고 싶어 했고,

자주 끓어오르다 이내 식어버리곤 했다.

하지만 어느 순간부터는

얼마나 빨리 넘치는가보다

내 안에 무엇을 쌓고 있는지가

더 중요해졌다.

하루 한 줄의 글,

명상과 5분 에세이,

산책이나 운동, 필사 같은 것들.

쉽게 포기하지 않았던 시간과

사람을 향한 온기 같은 마음들.

눈에 보이지 않아도

그 모든 것들은

내 안에서 조용히 익어가고 있었다.

그리고 26년,

나는 작은 선물 하나를 받았다.

‘나도 브런치 작가에

도전해볼까?’ 하는 마음으로

조심스레 작가 신청을 해보았고,

브런치 작가로 선정되었다.

이제 그 공간에도

내 문장을 놓아도 된다는

조용한 허락을 받은 셈이다.

넘치기 위해 애쓰지 않았기에

넘칠 수 있었던 순간.

뭉근하게 쌓아온 시간들이

자연스럽게 나에게 건네준 선물이다.

오늘도 나는

주방에서 끓고 있는 사골 도가니처럼

내 삶의 불을 너무 세게 올리지 않는다.

뭉근하게 오래 끓여

깊은 맛이 우러나는 곰탕처럼.

나는 오늘도

스필오버의 순간을 믿으며

뭉근하게 살아내려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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