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상의 결(사는 이야기)
"4월 30일이면 아프리카 일이 마무리돼요."
M오빠가 말했다. 2월 1일 아프리카에서 귀국한 지 사흘되었다.아프리카 현지 일정 마무리 이야기를 꺼냈다.
소영언니와 나는 눈빛을 교환했다. 지금이 아니면 기회가 없을지도 모른다. M오빠가 아프리카에 있을 때 가자고 우리는 늘 말했다.
이렇게 일찍 돌아올거라는건 꿈에도 몰랐다.
그런데 우리는 이미 3월 29일 남프랑스 여행을 예약해뒀다.
'3월 남프랑스, 4월 아프리카. 두 달 연속 해외여행이 가능할까?'
머릿속 계산기를 두드렸지만, M오빠가 있을 때 가야 한다는 생각에 계산기가 고장 나버렸는지 우리는 조심스럽게 아프리카 여행이야기를 꺼냈다. 일단 날짜부터 잡고 계획을 세웠다.
계획을 세우는 것만으로도 신이났다.
아프리카는 쉽게 여행 떠나기 어려운곳이 라는걸 알기 때문이다.
빨간뻘낙지는 우리 셋의 단골집이다. 생일이나 특별한 날이면 어김없이 찾는 곳이다. 손님이 많아 시끄럽지만 음식 맛 하나는 확실하다.
"깻잎에 우낙탕탕이 넣고, 쌀밥 조금, 젓갈 살짝 얹어서 드세요."
처음 온 M오빠를 위해 직원이 친절하게 설명했다. 한우 육회를 썰어 산낙지, 마늘, 고추를 버무린 우낙탕탕이는 이 집 시그니처 메뉴다. M오빠는 소리 없이 팁을 건넸다.
소영언니가 슬그머니 내게 속삭였다.
"견과류랑 커피 사 왔으니까 이따 챙겨가."
올 때마다 뭔가를 사 오시는 그 마음이 작은 행복으로 다가왔다.
오늘은 연포탕도 시켰다.
우리 셋이 함께 처음 먹어보는 메뉴였다. 평소엔 육낙탕 큰 것 하나면 충분했으니까.
낙지가 냄비에 들어가자마자 재빨리 국자로 건져 접시에 담아드렸다.
낙지 요리를 자주 해본 덕에 오래 끓이면 질겨진다는 걸 잘 안다.
칼국수 2인분을 추가했다. 미리 한 번 삶아 나온 쫄깃한 면발을 보며 우리는 동시에 "제대로 나오네!" 하고 웃었다. 김장김치도 물김치도 오늘따라 더 맛있었다.
식사 후 찾은 데카라토는 내가 자주 가는 단골 카페다. 배가 불러 올리브빵, 팥빙수, 대추차를 시켰다. 그런데 직원이 말했다.
"1인 1메뉴 주문 부탁드립니다."
이해는 한다. 하지만 자주 오는 단골인데도 그런 말을 들으니 기분이 묘했다.
카페에서 듣기 싫은 멘트 1순위가 바로 이거다. 그래도 수제 우유 팥빙수는 여전히 맛있었다. 단골의 마음은 그렇다. 한 번 상처받아도 또 간다.
카페 마감 시간 전에 일어났다.
"내일 태국 골프 여행 잘 다녀오세요!"
한짱오빠에게 인사하고 헤어졌다.
집으로 가는 길, 저녁 9시 줌 수업 전에 들어가려 했지만 경시 귀가 시간과 맞지 않았다. 시간이 한참지났지만 딸을 기다리는 동안 핸드폰으로 접속해봤다. 연결됐다. 비디오는 끄고 수업만 들었다.
"삼성폰으로 들어오신 분 누구세요?"
가주 작가님이 궁금해하셨다. 이래저래 터치하다 실수로 비디오가 켜졌나 보다.
"은정 작가님 맞아요. 좀 전에 비디오로 비추셨어요."
한 작가님이 말씀하셨다. 다행이었다. 늦게라도 수업을 들을 수 있어서.
핸드폰 화면 속 줌 수업창을 보며 미소 지었다.
아프리카 이야기가 머릿속을 맴돈다. 3월 남프랑스, 4월 아프리카. 욕심일까, 행운일까.
육십 살에 시작한 작가의 길. 매일 아침 일기를 쓰고, 줌 수업을 듣고, 브런치에 글을 올린다.
그 사이사이 여행을 꿈꾼다. 삶이 이렇게 풍성해질 줄 몰랐다.
아프리카든 어디든, 갈 수 있을 때 가야 한다는 걸 이제는 안다.
내게 늘 힘이되어주신분들과 함께 하는
맛있는 음식. 새로운 여행 계획, 그리고 늦게라도 들을 수 있었던 수업까지.
최고의 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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