블로그를 배우다

by 신은정



블로그 수업을 등록하는 날, 서현동 스타벅스에서 친구를 만나기로 했다. 무료 강좌를 이용해 본 친구에게 도움을 부탁했다. 혹시 실패하면 분당구청으로 달려갈 마음이었다. 신청은 생각보다 쉽지 않았다. 클릭을 해도, 새로 고침을 다시 해 보아도 접수가 되지 않았다. 10분 만에 마감이라는 문구에 잠시 실망했지만 포기하지 않았다. 친구의 도움으로 다시 시도했고, 드디어 성공했다. 그 강좌는 ‘배움 숲’이라는 이름으로 분당구청에서 열리는 <스마트폰을 이용한 SNS와 블로그 수업>이라는 강좌였다. 그때까지만 해도 나는 SNS가 정확히 뭔지도 잘 몰랐다. 오래전 옷가게를 하면서 누군가에게 부탁해서 만들어 두고, 손도 대지 못했던 블로그가 전부였다. 이번에는 블로그를 꼭 다시 도전해 보고 싶은 마음이 들었다.


수업은 초보자들도 따라갈 수 있을 만큼 천천히 진행되었다.

QR코드 찍는 법, 미리 캔버스로 사진 꾸미기, 블로그 배경 설정, 영상 올리기까지 하나하나 배워갔다. 처음엔 모든 게 낯설었다. 조금씩 익숙해 지면서 미리 캔버스로 들어가 사진을 꾸며 친구들에게 보내 주었다. 좋아하는 친구들을 보면서 더 열심히 공부했다. 뜨거운 여름날 하루도 빠지지 않고 열심히 다녔다.

블로그 수업 마지막 날에는 핸드폰으로 블로그 관리하는 법을 배웠다. 그게 지금까지도 가장 요긴하게 사용하고 있다.

길치에다 기계치이기도 한 나는 컴퓨터만 보면 겁을 냈다. 잘못 누르면 모든 게 사라질 것 같은 두려움이 있었다. 그래서인지 핸드폰으로 블로그를 올릴 수 있다는 사실이 신기하기만 했다. 나에게 세상이 조금 더 가까워지는 느낌이었다.


“일단 시작하자”

완벽하지 못해도 괜찮다고 스스로 다독였다. 배움 숲에 대한 글을 쓰면서 블로그에 첫 글을 올렸다. 사진 한 장도 제대로 준비되지 않았지만, 핸드폰에서 찾아낸 한 장의 사진과 함께 첫 글을 완성했다. 내가 올린 블로그가 네이버 상단에 올라온 걸 봤을 때, 그 기쁨이 얼마나 컸는지 모른다. 그 뒤 서평도 쓰고, 일상을 올렸다. 블로그는 이제 내 하루의 일부가 되었다.


100일 되는 날엔 100개의 글을 올리고 자축해야겠다고 마음먹었다. 난 스스로에게 한 약속을 지켜냈다. 100일이 되는 날, 100개의 글을 올렸다. 자축이 아니라 친구와 언니들이 축하해주었다. 친구가 전해 준 국화 한 다발이 우리 집 식탁 위를 환하게 밝혔다.

블로그를 시작한 지 얼마 되지 않았을 때 “수익 창출해보는 건 어때?”라는 말에 잠시 마음이 흔들리기도 했다. 내 블로그로 돈을 벌 수 있다며 홍보하는 댓글도 여러개 달렸다. 하지만 글을 쓰다 보니 알게 되었다. 글을 쓰면서 느끼는 충만감이 돈보다 더 값지다는 것을 알았다.


글을 쓴다고 문제가 해결되거나 상황이 달라지는 건 아니다.

하지만 내가 무엇을 좋아하는지, 내가 어떤 사람인지 들여다보게 되었고, 생각이 정리되고 내 감정을 들여다 보게 되었다. 또한 하루하루를 계획하고자 하는 마음이 들었고, 나만의 루틴을 만들어가고 싶어졌다.

친구들과 까페에서 보내는 시간도 좋지만, 지금의 글쓰기 시간이 훨씬 마음이 설레고 생각들이 정리되어 충만감으로 채운다.

글을 쓰는 동안은 근심 걱정과 잠시 결별할 수 있었고, 늘 반복되는 일상에서 한발 물러서는 순간만으로도 나에겐 글 쓰는 시간은 소중하다.


살림과 육아, 시댁과의 관계까지 보이지 않는 짐을 견디면서 나는 나를 다독였다. 이혼을 열 번도 더 꿈꾸었고, 졸혼이라는 단어를 붙잡던 시간도 있었다. 남편의 퇴직을 앞두고 나는 마음속으로 다짐했었다. 한 번만 더, 후회 없이 노력해 보자고. 그렇게 살아내다 보니 놀라운 변화가 찾아왔다. 완고하던 남편이 식사 후 설거지를 하고, 청소기도 돌려주면서 내 곁을 든든히 지켜주는 동반자가 되어있었다. 그 변화가 감사했고 인내하며 살았던 세월이 의미 있다는 걸 깨달았다

무엇보다 세 딸의 엄마로 살아온 시간은 내 인생의 가장 큰 선물이었다. 아이들과 함께한 시간, 나는 누군가의 딸도, 며느리도 아니었다. 아이들의 웃음에서 하루를 살아낼 힘을 얻었고, 잠든 얼굴에 손길을 얹으며 또 다른 내일을 꿈꿨다. 이제는 각자 삶의 자리에서 잘 살아가고 있는 딸들을 보며 감사한 마음뿐이다.


그리고 지금, 나는 새로운 길목에 서 있다. 아침이면 따뜻한 커피 한잔을 옆에 두고 노트북을 켠다. 문장 하나를 써 내려가며 마음의 결을 다듬는다. 그날의 감정, 스쳐 지나간 풍경, 책에서 밑줄 그은 문장 하나가 글의 씨앗이 된다. 블로그는 내 하루를 천천히 비춰주는 거울이자 내 이야기를 들어주는 친구가 되었다. 글은 때로는 묵묵히 내 곁을 지켜주고, 때로는 다독여 주는 손길이 되어 주었다. 쓰다 보면 상처가 글 속에서 반짝이는 빛으로 바뀌고 있었다. 어쩌면 하느님이 주신 선물 같은 귀한 공간 속에서 나는 매일 새로워지고 있다.


블로그로 나는 세상과 연결된다. 블로그는 ‘나’라는 사람을 알게 해주는 도구다. 이곳은 누구를 설득하는 자리도 아니고, 누군가에게 잘 보이려고 쓰는 곳도 아니다. 그저 조용히 나를 돌보고, 나를 다시 세우는 작은 쉼터디. 하루를 살며 쌓인 감정들을 잠시 내려놓고 정리하다 보면, 나는 깨닫는다.

“아, 나는 치유하려고 여기 앉아 있었구나, 조금 더 나은 사람이 되려고 오늘도 한 줄을 적고 있었구나”

그래서 블로그는 내가 나에게 건네는 작은 위로다. 그리고 나를 조금씩 성장시키는 참 고마운 공간이다.

블로그라는 좋은 친구와 나는 앞으로도 오래도록 시간을 함께 나눌 생각이다.

작가의 이전글익어가는 시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