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0원짜리 생강차 같은 하루

by 신은정


인간의 마음은 아주 작은 장면에서도 따뜻해진다.

서현도서관 지하의 작은 커피숍. 생강차 한 잔이 유난히 맛있던 오후였다. 경신이와는 창가 쪽에 조금 떨어져 앉아 각자의 시간을 보냈다.


방학이라서일까. 도서관은 거의 만석이었다. 내 나이쯤 되어 보이는 사람은 드물고, 대부분은 어린 학생들과 젊은 청소년들이다.

취업 준비를 하는 걸까 싶어 옆자리에 앉은 사람의 책 제목을 슬쩍 보았다. 감정평가사 공부를 하는 청년. 괜히 마음이 단정해진다.

이곳에 오면 언제나 좋은 에너시를 받는다.


서현도서관은 무료 주차 2시간에 30분마다 400원씩 내야한다.

금방 온 것 같은데 벌써 두 시간이 흘렀다.

"400원 내고 나가야겠다." 난 왠지모르게 주자비가 아깝다는 생각을 한다.

운동을 하고 6시에 데리러 오겠다는 말을 하고 도서관을 나섰다.

그때 야탑에 있는 재숙 언니에게서 카톡이왔다.

던롭에 맡겨둔 옷을 집에가져둔지 오래다.

어서 찾아가라는 톡이 었다. 겨울 다 가기 전에 입어라며.

차를 야탑 쪽으로 돌렸다.


현관문을 여는 순간 퍼지던 피죤 향.

나는 빨래를 하고 난 뒤, 아직 마르기 전 그 잠깐의 향을 유독 좋아한다. 건조기를 들이고 나서는 오래 맡아보지 못한 향이라 더 반가웠는지도 모르겠다.

바뀐 침대 쿠션을 몸이 먼저 알아챘다.

"언니, 침대 쿠션 너무 좋아졌어."

오리백숙 사건 이후 처음 마주한 자리라 조금은 어색했다.

차를 마시며 복희 언니에게 전화를 걸었지만 30분 넘게 통화 중이다.

기다리다 운동을 해야겠다고 마음먹고 나서야겠다는 생각이들었다,재숙언니집에 머문지도 꽤 오랜시간이 흐른듯하다,

4시가 지나도 전화가 안 오면 나간다고 말하고 4시에다되어서 집을 나섰다.


패밀리스포츠센터에 거의 도착할 즈음에야

복희 언니에게서 전화가 왔다.

차를 다시 돌려 오는순간 눈앞에 전기구이 자동차가 눈에 띄었다.

전기구이 두 마리를 사서 재숙 언니네로 향했다.

언니가 닭을 손수 찢어 건네며 하던 말.

"어여 먹어."

몸에 밴 배려였다.

퍽퍽한 가슴살조차 내일의 샐러드로 쓰겠다며 작은 통에 예쁘게 담아내는 손길. 천상 여자라는 말이 이런 순간에 어울린다.


서현도서관에서 만난 2000원의 생강차처럼, 별것 아닌 것들이 쌓여 하루가 된다. 나는 이런 장면들로 따뜻함이 스며드는 삶을 살아가고 싶다.

2000원짜리 생강차처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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