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에 친구에게서 전화가 왔다
"은정아, 너 고관절 수술 어디서 했어?"
그 질문 하나로 상황을 짐작했다.
친구의 엄마가, 아흔넷의 나이에 집 안에서 넘어져
고관절 수술을 앞두고 있다는 이야기였다.
의사는 수술을 하자고 했다.
위험을 알고 있지만, 그래도 선택지는 그것뿐이라는 말투였다.
하반신 마취로 진행된다면…
해보는 것도 나쁘지 않겠다는 생각이 스쳤다.
다시 걷지 못하더라도, 제발 통증만은 덜하시기를.
아프지 않기만을 바라는 마음이 가장 컸다.
청주로 내려가며 전화를 건 친구의 목소리는 젖어 있었다.
부모는 아흔넷이 되어도, 백 살이 되어도
'보내드린다'는 말 앞에서 늘 가슴이 먹먹한 존재라는 걸
그 목소리가 다시 알려주었다.
전화를 끊고 한참을 앉아 있었다.
내가 할 수 있는 게 뭘까,
내가 지금 할 수 있는 건 무엇일까.
카톡으로 마음을 표현하며 작은 성의를 표현했다.
마음을 놓을 자리 하나를 만들고 싶었다.
다음 날 메시지가 왔다.
"이게 뭐야?"
그리고 이어진 말들.
오늘 엄마가 수술에 들어가셨는데
헤모글로빈 수치가 너무 떨어져 위험하다고,
결국 수술을 포기하고 중환자실로 가셨다는 이야기였다.
수치가 올라가야 수술도 가능하다며
기도해 달라는 말이 마지막에 붙어 있었다.
나는 답장을 보냈다.
"엄마 부드러운 거라도 하나 사드려.
맛있는 것도 조금이라도 드시게."
잠시 후 친구의 답이 왔다.
"아이고, 안 그래도 되는데…
그래도 언젠가 네 마음이 느껴져서
그냥 고맙게 받을게. 고맙다."
그 말 한 줄에
내가 할 수 있었던 일이
결코 헛된 건 아니었음을 알았다.
우리는 위급한 순간마다
대단한 일을 해야 할 것 같지만
사실은 작은 마음 하나로
서로의 무너진 자리를 붙잡는다.
짧은 문장 하나로도
함께 버텨낼 힘이 생긴다.
여하튼, 힘내.
네가 잘하고 있다는 걸, 나는 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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