압구정 역사수업가는 날

일상의 결 (사는 이야기)

by 신은정



오늘은 오랫만에 압구정동 수업에 참여하는 날이었다. 출퇴근 시간과 겹칠까 서둘러 나섰다. 소영 언니가 8시 30분에 서현에서 보자고 했는데, 언니 일정까지 빼앗을까 싶어 조심스레 톡을 드렸다. 그러자 언니가 8시 10분까지 오라고 했다. 아침길은 서현으로 나가는 것보다 언니네 쪽이 덜 막힌다기에, 결국 언니네에 차를 두고 함께 가기로 했다.


매일 신던 나이키 운동화를 두고, 괜히 멋 좀 낸다고 하얀 보티 운동화를 꺼내 신었다. 이 선택이 오늘 하루 발 고생의 시작이 될 줄은 몰랐다


오리역까지 걷는 길, 압구정동에서 코리아나 빌딩까지 이어지는 길은 여전히 좋았다. 하지만 거리 풍경은 많이 달라져 있었다. 늘 보이던 빠리바게뜨는 사라졌고, 예전에 네이버로 검색까지 해봤던 브랜드도 없어졌다. 대신 유명한 베이글 가게는 여전히 줄이 길었다. 늘 “언젠가 먹어보자” 했지만, 정작 서로 베이글을 좋아하지 않아 아직까지 못 가봤다.


수업에 들어가니 강순형 선생님도 오늘따라 지각. 세 번째라며 여기저기서 불만이 새어 나왔다. 참석 인원도 12명뿐이라, 역대 가장 적은 수업이라 했다. 익숙했던 의자와 책상이 모두 바뀌어 있었는데, 새 의자가 더 불편했다. “왜 굳이 바꿨을까?” 하는 의문이 들었다.


오랫만에 듣는 수업, 여전히 발음이 어려워 ‘김생’을 잘못 알아듣고 옆 친구에게 묻기도 했다. 그래도 웃음이 났다.


점심은 삼원가든에서. 맑은 날씨 덕분일까, 삼원가든이 더 아름답게 느껴졌다. 물레방아 옆에서 사진도 찍고, 호수에 가득한 물고기도 구경했다. 연꽃과 꽃무릇까지, 눈이 즐거운 시간이었다. 역시 가끔 와야 그 소중함이 더 크게 다가오는가 보다.


수업을 마치고 언니와 탄천공원에서 옥수수를 먹은 뒤, 도수치료까지 시간 맞춰 받았다. 그런데 문제는 운동화였다. 12,800보를 걸은 끝에 발바닥에 물집이 잡혔다. 멋 부리느라 짧은 양말을 신은 탓에 더 힘들었다.


소영 언니가 자기 양말을 벗어주며 “이거 신어, 신발 벗고 걸어도 돼” 하고 챙겨주셨다. 신발도 바꿔 신으라고 했지만, 그건 도저히 못 하겠더라. 결국 양말을 신은 채 신발을 들고 걸었다.


순간 예전, 예술의전당 공연을 보고 나오다가 너무 힘들어 신발을 벗고 걷던 기억이 떠올랐다. 멋 부린답시고 예쁜 신발을 신었지만, 결국 발바닥의 아픔 앞에서는 체면도, 남의 시선도 소용이 없었다.


오늘 배운 건 하나. 멋도 좋지만, 발이 편해야 진짜 여유가 생긴다

작가의 이전글겨울,기다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