겨울,기다림

5분에세이

by 신은정


겨울이 오면 나는 자연스럽게 눈을 기다린다.

나는 눈을 참 좋아한다. 눈이 내려 나무마다 눈꽃이 피면 이유 없이 마음이 설렌다. 동백나무길에 새하얗게 내려앉은 눈, 그 사진 한 장만 보아도 나도 모르게 입가에 미소가 번진다.


11월, 제주 여행을 다녀온 뒤 겨울 바다가 다시 보고 싶어 12월에 또 한 번 제주행 비행기에 몸을 실었다. 제주공항에 내리자마자 분당에 첫눈 소식이 전해졌다. 그 소식을 듣는 순간, 아쉬움이 천천히 밀려왔다.


5센티쯤 내린 눈이었다고 했다. 갑자기 내린 눈에 도시는 잠시 멈췄고, 곳곳에서 교통지옥이라는 말이 들려왔다. 그 첫눈을 보지 못했다는 사실이 유난히 마음에 남았다.


겨울이면 나는 어김없이 눈길을 걷는 시간을 만든다. 눈을 밟는 소리를 들으며 몸으로 겨울을 느끼고, 눈꽃으로 새하얗게 변해버린 나무들을 바라보며 눈을 마음껏 즐긴다. 그래서 더더욱 첫눈을 놓친 것이 아쉬웠는지도 모른다.


토요일 저녁, 경기 지역에 다시 눈 소식이 있었다. 이번에는 조금 많이 내리기를 조용히 기대했다. 하지만 발자국을 남길 만큼은 쌓이지 않았다. 제설이 잘된 도로 위의 눈은 금세 사라졌다. 눈길을 걸으며 몸으로 느끼지는 못했지만, 산 위에는 제법 하얀 나라가 펼쳐져 있었다.


아쉬운 마음은 잠시 접어두고, 숲을 덮은 눈이라도 마음껏 보고 싶어졌다. 가지마다 새하얗게 피어난 눈꽃들. 밖으로 나가지 않아도 겨울은 충분히 내 안으로 들어왔다. 창밖의 하얀 풍경을 바라보는 것만으로도 나는 가만히 행복해졌다.


눈은 아무 말도 하지 않는다. 그저 내리는 것만으로 사람의 마음을 가볍게 만든다. 눈이 오는 날엔 그 순간만 바라보고 있어도 하루가 이유 없이 행복해진다.


아마 눈은 세상을 잠시 멈추게 해서일 것이다. 이유 없이 설레고, 이유 없이 행복했던 그 시간처럼.


예순이 된 지금도 눈이 내리면 마음은 동심으로 돌아간다. 창밖을 바라보는 것만으로도 행복해질 수 있다는 걸 이미 알고 있기에, 겨울이 오면 나는 여전히 눈을 기다리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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