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상의 결 (사는 이야기)
언니는 깻잎, 상추, 로메인, 배추를 정갈하게 씻어
봉투에 곱게 담아 왔다.
소고기에 콩을 갈아 넣어 짜지 않게 만든 쌈장도 함께였다.
나는 죽변에서 담가 온 생선 김치를,
사뭇실에서는 시골 누님이(조카엄마) 챙겨준
갖가지 김치와 좋은 소고기를 준비해 두었다.
냄비밥을 지어 사무실 1층에 상을 차렸다.
차돌박이 여섯 장이 불판에 올라가자
우리는 말없이 각자의 고기를
마음속으로 하나씩 정해 둔다.
불판 위에서 익어가는 차돌박이.
한 번은 파김치에,
한 번은 무생채에,
또 한 번은 기름장에 듬뿍 묻혀
야채와 함께 한입 가득 넣어 본다.
‘최고의 한 입’을 꼽으라면 사람마다 다르겠지만
내 기준의 최고는
흰밥 조금에 차돌박이를
기름장에 잔뜩 묻혀 먹는 거다.
고기가 맛없을 때야
상추나 깻잎에 이것저것 올려 먹게 되지만
이날 고기는 정말 맛났다.
내가 좋아하는 소고기집,
유프로에서 먹는 것보다도 더.
고기를 올려주는 손길,
익은 고기를 정성스레 자르는 손길,
잘 들지 않는 가위마저 끝까지 애써 쓰며
나누는 마음.
음미할 틈도 없이
“맛있다”는 말이 먼저 튀어나왔다.
그 짧은 점심시간이
오랜만에 참 행복했다.
마무리는 누릉지였다.
불판 위에 올려진 고기를
여섯 명이 한 점씩 나눠 먹는 모습이
이상하게도 꼭
한 식탁에 모인 가족 같다.
한쪽에 모자라는 부분은 나누어서 덜어주고 식탁위에 누구나가 편안히 먹을수있게 동선까지 생각한 마음들이 전해진다.
시끌벅적하지 않아 더 편안하고, 과하지 않아 더 따뜻한 풍경이다.
허리가 아픈 삼촌을 대신해
한짱 오빠가 설거지를 맡았고
우리는 커피를 사러 나갔다.
돌아와 보니
창문은 활짝 열려 있고
바닥은 기름 한 방울 없이 말끔했다.
약품을 써서까지 닦았는지
완전 범죄에 가까울 만큼 깨끗했고 공기마저 상쾌했다.
소고기 구워 먹은 흔적은
어디에도 없었다.
오랜만에 설거지했다는 걸 알리듯
핸드워시로 했다고했다. ㅋㅋ
퐁퐁을 묻혀 다시 한 번
열심히 설거지를 한 한짱 오빠.
커피 한 잔씩 준비했지만
굳이 다 사지 않아도 된다며
전화까지 해 주었다.
가성비를 따지고
남의 돈까지 아껴주려는 마음이
몸에 밴 사람이다.
좁은 사무실에서 해 먹는 식사는 분명 번거롭고 불편하다.
그 불편함을 훌쩍 넘는 맛을
포기하지 못해서일까,
아니면
누군가의 작은 희생과
각자가 맡은 역할을
척척 해내는 이 단체생활이
함께여서 더 행복하기 때문일까.
그들의 식사시간에 가끔 참여하는것이 따뜻하고 행복함을 채워준다.
초대해 준 한짱 오빠에게
고마운 마음이 들었다.
그래서 은근슬쩍 제안해 본다.
한 달에 한 번은
고기를 구워 먹자고.
이 행복을
다시 느끼고 싶어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