블로그시작과 함께한 100일의 약속

일상의 결 (사는 이야기)

by 신은정



블로그를 시작한 지 정확히 100일이 되었다.

하루도 빠짐없이 쓴 글이 100개. 이 숫자는 성취라기보다 기록에 가깝다. 매일 잠시 멈춰 서서 나를 들여다보고, 흔들리는 마음을 문장으로 붙잡아두었던 시간들. 쓰는 동안 나는 조금씩, 그러나 분명하게 나에게 가까워졌다.

처음은 많이 서툴렀다.

수업 시간에 무심코 찍어둔 사진 한 장을, 배운 대로 떨리는 손으로 업로드하던 날이 아직도 생생하다. ‘과연 누가 읽어줄까.’ 화면을 바라보며 괜히 숨을 고르던 순간도 함께 떠오른다.

그런데 신기하게도 “내가 쓰고 싶은 것부터, 일단 올려보자”는 마음이 점점 습관이 되었다. 책을 읽으면 서평을 남기고, 일상에서 감사했던 장면들을 놓치지 않고 문장으로 옮겼다. 거창한 이야기는 필요 없었다. 내 안에 담긴 것들을 꺼내 쓰는 일만으로도 충분했다.

그러다 에세이 작가 정가주 님을 만났다. 그날 이후, 나는 조금 더 분명한 목표를 세웠다.

100일 동안 100개의 글을 써보자는 다짐이었다. 입 밖으로 꺼내는 순간, 그 말은 희망이 아니라 스스로에게 건네는 약속이 되었다.

물론 쉽지 않았다. 무엇을 써야 할지 몰라 한참을 빈 화면 앞에 앉아 있던 날도 있었고, 피곤함에 글을 미루고 싶었던 날도 있었다. 그래도 멈추지 않았다. 나 자신과의 약속만큼은 지키고 싶었기 때문이다. 그렇게 하루에 한 편씩, 결국 100일을 채웠다.

100일이 되던 날 저녁, 함께 여행을 다녀온 언니들과 친구 정이가 작은 축하 자리를 마련해주었다. 익숙한 장소에 모여 여행 이야기와 글 이야기, 요즘의 삶에 대해 차분히 나누는 시간이었다. 특별한 이벤트는 아니었지만, 그래서 더 오래 마음에 남았다.

돌아오는 길, 친구 정아가 꽃집에 들러 노란 국화 한 다발을 건넸다.

“100일 축하해.”

그 한마디와 함께 전해진 국화의 향기가 지난 100일의 시간을 조용히 위로해 주는 것 같았다. 헤어지기 전, 우리는 서로를 꼭 안아주었다. “이번 여행, 참 좋았다.” 짧은 말 속에 고마운 마음이 충분히 담겨 있었다.

핸드폰 배터리를 매일 충전하듯, 우리도 그렇게 에너지를 채우고 각자의 일상으로 돌아왔다. 오래도록 기억에 남을 따뜻한 장면이 하나 더 늘었다.

집에 돌아와 노란 국화를 꽃병에 조심스레 꽂았다. 부여 들판에서 꺾어왔던 꽃은 이미 시들어 있었다. 시든 꽃을 정리하고 새 꽃을 돌보는 일처럼, 글쓰기 역시 계속해서 손을 내어주어야 하는 일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이제 다음 목표는 무엇일까. 200일일까, 아니면 1년일까.

확실한 건, 그 시간이 오면 내 블로그는 지금보다 훨씬 더 깊어져 있을 거라는 사실이다. 더 솔직한 감정과 더 단단한 문장들이 그 자리를 채우고 있을 것이다.

발행 버튼을 누를 때마다 느꼈던 그 두근거림을 잊지 않으려 한다. 댓글 하나에 괜히 마음이 들뜨던 순간도, 무심한 반응에 잠시 움츠러들었던 날들도 모두 이 여정의 일부였다.

창밖으로 저녁 노을이 번진다. 노란 국화가 노을빛을 받아 한층 더 환하게 빛난다.

나는 다시 조용히 블로그를 연다. 그리고 101일째의 첫 문장을 쓴다. 지난 100일 동안 그랬던 것처럼, 오늘도 나는 나 자신과 마주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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