풍성하게 존재하는 하루

5분에세이

by 신은정


우리는 참 오랫동안 결과로만 삶을 증명하려 애쓰며 살아왔다. 눈에 보이는 번듯한 성과가 있어야만 '잘 살고 있다'고 안심하곤 한다.

하지만 살아보니 알겠다. 삶은 결과보다 태도에서 먼저 움직인다는 것을.

오늘 글 한 편 쓴다고 당장 세상이 바뀌지는 않는다. 독자가 금방 생기는 것도 아니다. 운동도, 독서도 마찬가지다. 하루 노력했다고 몸이 눈에 띄게 변하거나 인생이 대번에 바뀌지는 않으니까.

하지만 그 사소한 하루가 쌓이면 분명 달라진다.

세상을 바라보는 시선이 깊어지고, 화가 치밀 때 스스로를 다스리는 마음 근육이 생긴다. 아침에 눈을 떴을 때 느껴지는 마음의 무게도 한결 가벼워진다.

무엇보다 '오늘도 내가 나를 저버리지 않았구나' 하는 그 뿌듯함이 내일의 나를 다시 일으켜 세우는 법이다.

삶은 우리에게 조급한 결과를 재촉하지 않는다. 그저 나에게 맞는 속도로 묵묵히 걷기를 바랄 뿐이다.

법정 스님은 말씀하셨다. "인간의 목표는 풍요롭게 소유하는 것이 아니라 풍성하게 존재하는 것이다."

남들 눈에는 조금 더뎌 보일지 몰라도, 내 삶의 궤적 안에서는 그것이야말로 분명한 전진이다. 많이 가진 사람이 아니라, 오늘을 성실하게 살아낸 사람이 진정 풍성한 삶을 사는 것이다.

지금 이 순간 최선을 다한다는 것은 대단한 각오가 필요한 일이 아니다. 오늘 나에게 주어진 몫을 그 크기만큼만 해내는 것, 그것으로 충분하다.

완벽하지 않아도 괜찮고, 걷다 보니 숨이 차서 잠시 흔들려도 괜찮다. 그저 멈추지만 말자.

멈추지 않고 흐르는 삶에는 반드시 반응이 온다. 결과라는 것은 억지로 붙잡으려 하지 않아도, 자신의 태도를 끝까지 지켜낸 사람에게 자연스럽게 찾아오는 선물 같은 것이다.

때로는 늦을 수도 있고 생각과 다른 모습일 수도 있다. 하지만 정성을 다한 마음은 결코 배신하지 않고 반드시 돌아온다.

지금 당장 손에 잡히는 것이 없어도 괜찮다. 오늘 당신이 보여준 태도가 이미 내일의 길을 만들고 있으니까.

멈추지 않고 그 길을 가고 있는 당신은, 이미 충분히 잘 살고 있다.

내가 있는 곳에서 더 많은 아름다움을 발견하고 아낌없이 나누어주는 삶, 그런 풍성한 하루를 보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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