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이쮸권법, 우리세대는?

5분에세이

by 신은정


'인간관계 마이쮸 권법'이라는 말을 들었다. 친해지고 싶은 사람에게 슬쩍 마이쮸를 건네며 다가가는 기술이란다. 신선하다는 생각과 동시에 묘한 씁쓸함이 밀려왔다. 이제는 관계조차 하나의 '기술'이 되어버린 걸까.

우리 세대의 '다가감'은 조금 투박했다. 무언가를 함께 먹으며 온기를 나누고, 내가 좋았던 것을 대가 없이 건네는 식이었다. 마이쮸라는 간식 대신 나의 시간과 마음, 아끼는 것들을 툭 건넸다. 그것이 우리가 마음의 빗장을 여는 방식이었다.


요즘은 혼자 살아도 충분히 괜찮은 시대다. 아니, 오히려 혼자가 자연스럽다. 1인 가구를 위한 상품이 쏟아지고 혼밥과 혼술이 일상이 된 편리한 세상. 그럼에도 우리는 왜 여전히 타인과 연결되기를 갈망할까. 아마도 편리함만으로는 채워지지 않는 허기가 있기 때문일 것이다. 혼자라는 상태는 자유롭지만, 때로는 시린 법이니까.


인류학자들은 사피엔스가 살아남은 비결로 '언어'를 꼽는다. 언어는 본래 혼자 있을 땐 필요하지 않은 도구다. 타인과 마주할 때 비로소 입술이 움직이고 소리가 태어난다. 결국 인간을 인간답게 만드는 핵심은 '관계'에 있다. 우리는 타인이라는 거울 속에서 비로소 스스로를 완성해가는 존재다.

하지만 역설적이게도, 나는 이제 소모적인 관계를 멈추고 싶다.

상대에게 억지로 맞추고, 애써 웃으며 에너지를 쏟아부은 뒤 찾아오는 그 지독한 공허함. 그런 관계들이 점차 버거워졌다. 그래서 요즘은 인간관계를 조금 내려놓고 혼자만의 시간을 누리는 중이다. 의외로 그 시간은 꽤 만족스럽다. 누구의 기분도 살필 필요 없이, 그저 '나'로 존재하면 되는 자유로움이 그곳에 있었다.


내가 생각하는 좋은 관계란 '함께 있을 때 내가 더 좋은 사람처럼 느껴지는 관계'다. 누군가와 있을 때 더 나은 사람이 된 것 같은 기분, 사람을 도구가 아닌 존재로 대하고 있다는 안도감. 그런 따뜻한 이들과 있을 때 나는 비로소 행복하다.

물론 부끄러운 기억도 있다. 필요할 때만 연락하고, 내 감정만 우선시하며 관계 속에서 이기적이었던 순간들. 나이가 들수록 곁에 남는 사람이 줄어드는 건 어쩌면 자연스러운 필터링일지 모른다. 깊이 있는 관계는 결코 양으로 승부할 수 없기에.

결국 모든 관계의 뿌리는 '자기 자신과의 관계'다.


파스칼은 "인간의 모든 불행은 혼자서 방에 머물 수 없는 무능력에서 온다"고 했다. 스스로와 평화롭지 못한 사람은 타인과도 평화로울 수 없다. 혼자 잘 지내는 사람만이 타인과도 건강하게 섞일 수 있다.


멀리 있는 환상을 쫓기보다 가까이서 시간을 공유하는 이들에게 더 정성을 쏟고 싶다. 당연하게 여기지 않고 고마워하는 것, 가까운 이의 평범한 날을 지켜주는 것. 그것이 내가 배운 관계의 진실이다.

혼자 있을 줄 알고, 동시에 함께 있을 줄도 아는 사람. 고독을 두려워하지 않으면서도 타인의 온기를 소중히 여기는 사람. 오늘도 나는 혼자 걷는다. 혼자여서 외롭지 않고, 함께여서 부담스럽지 않은 그런 관계들을 꿈꾸며.

마이쮸권법이라는 신종권법은 우리에겐 너무나도 어색하지만 신박하다.

작가의 이전글풍성하게 존재하는 하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