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요한 날의 아침풍경은 늘 비슷해

5분에세이

by 신은정


따뜻함은 늘 조금 과하다 싶을 때 완성된다

중요한 날의 아침, 나는 언제나 '조금 과한 준비'를 한다. 그 과함은 불안에서 시작되지만, 결국 사랑의 다른 이름이라는 걸 이제는 안다.

어젯밤 딸은 고시원에서 늦게 돌아왔다. 오늘은 2차 면접이 있는 날이다.

새벽에 일어나 보니 남편이 먼저 쌀을 씻어두었다. 몇 시쯤 밥을 지어야 가장 따뜻할지 가늠해 본다. 하얀 김이 모락모락 오르는 밥에 계란찜, 우족탕에는 당면을 조금 넣고 파를 송송 얹는다.

날씨가 춥다. 수능을 보러 가던 날마다 유난히 추웠던 기억 때문인지, 오늘은 면접이 아니라 시험을 치르러 가는 날처럼 느껴진다.

핫팩을 세 개 챙겼다.

"다섯 개는 챙겨야 하는데."

남편은 하나면 충분하다고 말했고, 딸과 나는 동시에 "아니야"라고 했다. 손바닥만 한 핫팩이 품 안에서 스물스물 녹아들 때, 그 온기가 몸을 풀어주듯 마음도 풀어준다는 걸 우리는 안다. 기본 다섯 개는 있어야 경직되지 않는다며, 같은 생각을 하고 있었다.

빨간 딸기와 주황빛 감을 작은 통에 담는다. 칼날이 감을 얇게 저밀 때마다 아삭한 소리가 난다. 둥글레차를 데워 텀블러에 담으니 은은한 단내가 퍼진다.

함께 데려다주고 싶었지만, 컴퓨터 등록 날이라 나는 집에 남기로 했다. 아침 루틴이 깨지지 않아 다행이라고, 스스로를 달랜다.

수업을 체크하던 중 주방에서 쿰쿰한 냄새가 밀려온다. 설거지 후 삶아두려던 수세미와 행주가 타기 직전이었다. 냄비 뚜껑을 여는 순간 뜨거운 열기가 얼굴을 때린다.

다행이다.

오랜만에 삶아본 행주였다. 신혼 때나 하던 일을 다시 꺼내 들다 보니 이런 소동이 생겼다. 편하다는 이유로 늘 일회용을 쓰며 살아왔다. 지구가 아프든 말든, 내가 편하면 된다고 생각해 왔다는 걸 부정할 수 없다.

아이들과 플로깅을 실천하던 작가의 얼굴이 스친다. 나도 조금씩은 바꿔야 할 텐데.

이 아침의 소란과 과함은 결국 한 가지로 모인다. 따뜻하게 보내고 싶은 마음.

딸이 면접장에 들어서는 순간까지 몸이 식지 않기를, 마음이 굳지 않기를 바라는 마음. 핫팩 다섯 개와 따뜻한 밥 한 공기, 그리고 타버릴 뻔한 행주까지도 모두 그 마음의 다른 표정들이다.

사는 일은 거창한 결심보다 이런 사소한 선택에서 방향이 바뀐다. 오늘은 조금 과하게, 조금 번거롭게, 조금 따뜻하게.

그 정도면 충분히 잘 살고 있는 아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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