겨울 끝자락의 강가를 차로 지나던 중
갑자기 "우와―" 하는 탄성과 함께 나는 창문을 내렸다.
운짱이 말없이 차를 세웠다. 묻지도 않고, 설명도 없이.
얼어붙은 물 위에 하얀 고니들이 내려앉아 있는 자태. 처음엔 백조인 줄 알았다. 가까이 보니 부리 끝이 노란 고니였다.
사실 백조는 우리나라에서는 볼 수 없다고한다, 동화 속에 나오는 백조는 유럽에 사는 새이고, 우리나라 강가에 찾아오는 새는 고니이다.
카메라를 들고 한 장, 또 한 장. 셔터를 누르면서도 눈은 계속 새들에게 머물렀다.
물속으로 고개를 깊이 넣어 먹이를 찾다가 천천히 고개를 드는 모습,
얼음 위에서 잠시 쉬고 있는 모습,
빛을 조금 머금은 어린 고니까지.
추운 겨울을 나기 위해 먼 길을 날아왔을 그 새들을 한참을 바라본다.
말없이 바라보는 시간만으로도 마음이 조금 고요함에 머문다.
고니를 뒤로하고 우리는 물의정원으로 향했다.
물의정원에 들어서자 여러 명이 함께 타는 자전거가 보이자 순간 나도모르게 동심이 튀어 나왔다.
우리 자전거 타고 돌까? 재미있겠다라며 자전거로 물의 정원을 한 바퀴 돌자고 제안했지만 자전거는 묶여 있다.
연휴가 지난 뒤라 쉬는 날이었나 보다. 아쉬움을 뒤로하고 우리는 그냥 걸었다.
북한강변을 따라 길게 이어진 길.
꽃도 없고 화려한 볼거리도 없는 계절이었지만, 걷기에는 더없이 좋은 날씨다.
2월답지 않게 포근해서 가벼운 옷차림의 사람들도 눈에 띄었다.
정원을 한 바퀴 돌며 그네도 타고 강가에 앉아 이야기도나누었다. 지하철을 이용해서 올수있는 곳이라 누구나 마음먹으면 갈수있는 물의정원
꽃이 만발해지면 다시한번 와봐야지하고 혼자 생각해본다.
산을 올려다보니 안개 낀 능선 위에 절이 어렴풋이 보인다.
우리가 가려고하는 수종사일 것 같았다.
저렇게 높은곳에 절을 ...
차를 몰고 가파른 길을 오르며 우리는 손잡이를 모두 꽉 붙잡고 있어 웃었다.
다친 나를 염려하는 일행들, 괜찮다며 갈수있다고
일행의 걱정을 덜어주려고 하는 나.
주차장에 차를 세우고도 한참을 걸어올라간다.
숨을 고르며 도착한 수종사.
두물머리가 한눈에 내려다보이고, 강과 산이 겹겹이 포개져 있다.
올라오는 동안의 긴장과 두려움은 그 풍경 앞에서 순식간에 사라졌다.
수종사절에서 풍경을 한참 내려다보고
절 안 작은 찻집에서 차를 마시기로 했다.
찻집안에서 보는 바깥풍경은 수종사 절밖에서 바라보는 풍경과 또 다른 느낌이다.
찻집안에서 창밖을 바라보며 마시는 차 한모금...
언니가 시켜둔 녹차도 부드러웠지만, 스님이 말없이 건네준 산차와 보이차는 더 깊은 향을 품고 있다.
산차는 맑았고, 보이차는 묵직했다.
다시 한 번 마셔보고 싶다는 생각이 든다.
차를 다마시고 찻잎으로 찻잔을 하나하나 닦으며 다음 사람이 찻잔을 또다시 이용할수있게 가지런히 놓는 손길이 언니의 마음과 너무 닮아 있다.
차를 다 마신 뒤 계산은 보시함에 각자의 마음만큼 감사함을 표현해야한다.
일행 중 한 사람이 오늘 하루의 마음값을 보시함안에 정성껏 내려놓았다.
말없이 건네는 마음은 언제나 더 따뜻하다.
보시함앞에서 표현하는 마음은 제 각각일테지만
찻집안에서 바라본 두물머리는 모두를 감탄하게 했을지도...
겨울은 아직 남아 있었지만, 수종사의 온기는 쉽게 식지 않을 것 같다.
우리 삶에도 가끔은 이렇게 차를 멈춰 세워주는 다정한 운전자와,
가파른 길을 함께 웃으며 올라가 줄 동행,
그리고 말없이 향기로운 차 한 잔을 건네는 순간이 필요하다는 것을 깨닫는다.
수종사는 다시한번 찾아가서 산차를 한잔 마시고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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