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항준 감독 / 유해진 · 박지훈 주연
장항준 감독을 깊이알게 된 건 유재석의 예능 프로그램에서였다. 아내 김은희 작가와 함께 출연한 그의 솔직하고 유머러스한 모습이 좋았다. 그래서인지 영화를 보는 내내 스크린 너머로 감독의 얼굴이 자꾸 겹쳐 보였다.
딸이 예매해 준 덕분에 보게 된 영화였다. 아침 출근길 막히는 바람에 예상치도 못하게 영화가 이미 시작된 후에야 자리에 앉을 수 있었다.
계유정난으로 왕위를 빼앗긴 어린 단종 이홍위가 강원도 영월로 유배를 오면서 이야기가 시작된다.
굶주림을 피하고자 유배지 촌장직을 자처한 엄홍도(유해진)는 솔직하고 소박한 인물이다.
거대한 권력 앞에서는 다소 꼰대 같기도 하지만, 왕을 진심으로 염려하는 그의 마음이 두려움과 절망에 갇혀 있던 단종의 눈빛을 조금씩 살아나게 한다.
단종 복위 운동, 사육신, 세조의 위협 속에서도 엄홍도는 끝까지 단종 곁에 머문다.
"시신을 거두면 삼족을 멸한다"
는 세조의 명에도 불구하고, 강물에 떠내려오는 단종의 시신을 두 팔로 안아 올린다.
"차갑지요? 나갑시다. 따뜻한 데로 갑시다."
이 한 마디에 나는 참지 못하고 울고 말았다. 이 글을 쓰는 지금도 울컥한다.
장항준 감독은 말한다. 단종이 어떤 사람이었는지, 어떤 생각을 하고 어떤 행동을 했는지, 아무도 몰랐던 그 숨겨진 시간을 그리고 싶었다고.
영화 속 단종의 한 마디가 오래 머릿속에 남는다.
"더 이상 나로 인해 내가 아끼고 사랑하는 사람들을 잃고 싶지 않다."
그 말에 엄홍도가 조용히 묻는다.
"저도 과안에 있습니까?"
권력의 역사 속에 지워진 작은 인간들의 이야기.
이 영화는 거기에 있다.
영화를 촬영한 곳이 내 고향과 가깝다는 것도 마음에 남았다.
딸은 요즘 영월을 찾는 사람들이 많이 늘었다고 했다.
나도 꼭 한번 가보고 싶다.
역사 앞에서 소소했지만 진심이었던 삶에 공감하는 분들께, 그리고 유해진의 연기를 좋아하는 분들께 권하고 싶은 영화다
지금은 600만넘었어요 ㅎ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