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견함이라는 이름의 마음

by 신은정

서울에서 보건교사 최종면접까지 갔다가

또 한 번 돌아서야 했다.

이번에는 될 줄 알았다.

딸도, 나도.


결과를 확인하던 날,

우리는 딸에게 말했다.

괜찮다고.

딸아이가 힘들어할 마음을 먼저 살펴야하기에

무슨말을 어떻게해야하나 조심스러웠다.

직장생횔을 하며 두달정도 고시원에 들어가서 공부한딸 온전히 공부에 매진할수있었다면 더 좋은 결과를 가져왔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에 미안함도 자리하고 있었다


1년은 우리가 지원해줄 테니

후회 없이 다시 해보라고.

공부를 선택하든, 다른 길을 택하든

네가 정하는 대로 돕겠다는 말을 전했다.

남편도 같은 마음이었다.


"결과보다 과정이 더 중요하다."

"최선을 다한 시간은 절대 사라지지 않는다."

우리는 그렇게 믿고 있었고,

딸에게도 늘 그렇게 말해왔다.


말과 마음은 달랐다.

딸은 며칠을 힘들어했다.

나는 그 시간을 곁에서 지켜보다가

조용히 백화점으로 데리고 나갔다.

쇼핑도하고 맛있는것도 먹고 이야기도 나누었다


그 후로 우리는 함께 도서관에 가기 시작했다.

말없이 나란히 앉아

각자의 책을 펼치는 시간.

딸은 그렇게,

다시 무언가를 할 수 있는 힘을

조금씩 찾아갔다.


그런데 딸은 잠시 숨을 고르더니

계약직 보건교사를 알아봤다.

그리고 조용히 학교로 들어갔다.

아이들 곁에서 다시 시작하겠다고 했다.

근처방을 알아보다가

집에서 다니기로 했다.

출근 시간을 피해 조금 일찍 나가

학교 근처에서 운동을 하거나

공부를 더 하겠다고 했다.

하루를 온전히 보내고 돌아와

다시 책을 펼치는 일.

쉬운 선택은 아니었을 것이다.


나는 잠시,

조금 더 편한 길을 열어주지 못한 것 같아

마음이 쓰이기도 했다.


그 마음보다 더 크게 자리 잡은 감정이 있었다는 걸.


넘어졌지만 주저앉지 않는 모습.

결과 앞에서 작아지기보다

과정을 다시 붙드는 태도.

우리가 말로만 해왔던

"과정이 중요하다"는 말을

딸은 삶으로 보여주고 있었다.


나는 차를 세차 맡겼다.

왁스에 내부청소까지 부탁했다.

말 대신 반짝이는 차를 준비해두었다.

그리고 방향제 하나 사라고만 했다.

응원은

크게 말하지 않아도 전해진다.


이번 1년은

떨어진 시간이 아니라

단단해지는 시간일지 모른다.

합격이라는 결과보다,

최선을 다해 걷고 있는 그 과정이 대견하고

더 자랑스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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