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우는 나
롱블랙을 읽으며
나는 자주 멈춘다.
세상이 너무 빠르다고 느끼는 예순의 브런치 작가에게
그 안의 이야기는 묘하게 위로가 된다.
최근에는 박웅현의 인터뷰를 읽었다.
한 시대를 풍미한 카피라이터.
여전히 현역으로 일하는 사람.
AI 시대를 기민하게 활용하는 법,
새로운 기술을 내 것으로 만드는 전략 같은 것.
그런데 그의 말은 의외였다.
“저는 기술에 뒤처진 사람이에요.”
잠시 멈칫했다.
뒤처진다는 말을 이렇게 담담하게 할 수 있다니.
그는 대신 ‘감정’을 이야기했다.
감정은 인간을 비효율적으로 만든다고 했다.
슬프면 멈추고,
설레면 돌아가고,
두려우면 망설인다.
AI는 그렇게 하지 않는다.
정확하고 빠르다.
그런데 바로 그 비효율이 어쩌면
인간의 힘이라고 했다.
비효율이 인간의 힘?
예순이 되니
속도보다
방향이
더 중요하다는 걸 안다.
빠르게 배워 따라가는 것보다
내가 무엇을 좋아하는지 아는 일이 더 어렵다.
그는 유행의 맨 앞에 서기보다
자기만의 밀도로 걷는 사람처럼 보였다.
“은근하게 찾다 보면
반드시 넘쳐나는 순간이 온다.”
젊을 때는
남들보다 앞서야 한다고 믿었다.
뒤처지면 끝이라고 생각했다.
지금은 안다.
뒤처진다고 끝나지 않는다.
멈추지만 않으면 된다.
나는 여전히 배우는 중이다.
롱블랙을 읽으며
젊은 창업가의 실패에서 배우고,
노장의 한 문장에서 배운다.
예전보다 느리지만
예전보다 깊게 읽는다.
AI가 아무리 발전해도
내가 좋아하는 문장 한 줄,
가슴이 움직이는 순간 하나는
내 몫으로 남아 있을 것이다.
그래서 오늘도 배운다.
빠르게 앞서기보다
은근하게 찾는 삶을 살자고.
넘치지 않아도 괜찮다.
쌓이고 있다면 괜찮다.
아직도 배우는 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