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의 나무를 보고
영화 〈피의 나무〉를 보았다.
한 번 보고도 마음이 남아 다시 떠올리게 되는 영화였다.
잘 이해가 되지않아 한번 더봐야했다.
처음엔 소설이 원작인 줄 알았다.
이야기가 깊고 켜켜이 쌓여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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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고 보니 순수한 영화 각본이었는데,
오히려 그 사실이 더 놀라웠다.
사실 우리나라 정서로는 조금 이해하기 어려운 이야기이기도 하다.
가족의 관계와
사랑의 경계가
우리사회에서 익숙하게 생각해 온 것들과는 너무나도 다르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영화를 보고 나면 몇 장면이 오래 마음에 남는다.
사람의 삶이 이렇게까지 복잡하게 얽힐 수 있을까
가만히 생각해 보면 우리의 삶도 크게 다르지 않은 것 같다.
한 사람의 사랑이
또 다른 사랑을 낳고,
그 사랑이 아이를 낳고,
그 아이들이 자라 또 다른 삶을 만들어 간다.
영화를 보면서 이상하게도 한 사람이 오래 마음에 남았다.
올모라는 남자였다.
자유롭게 살았던 사람.
사랑을 했지만 머물지 못했던 사람.
그의 삶은 어딘가 비밀이 있고 거칠고 불완전해 보였다.
그런데 마지막 순간,
아들을 살리기 위해 자신의 삶을 내놓는 장면에서
그 사람의 인생이 다르게 보였다.
사람의 인생은 함부러 단정지으며 설명할 수 없다는 것을,
그때 문득 알 것 같았다.
아들을 살리기 위해 마지막 선택을 하는 올모의 장면. 자신의 살아온 세월을 생각하며 그래도 마지막에 죽어가는 아들을 위해 뛰어와 벽에 부딪쳐 장기기증을 하는 남자.
정신병원에서 인간나무가 되어 화단에 나무모양으로 서 있는 아내를 보고 딸에게 조용히 말을 건네던 현명해보이는 의붓아버지의 모습.
그리고 모든 진실 앞에서 울부짖던 마르크의 얼굴.
영화는 그렇게 몇 개의 장면으로
기억되었다.
정신병원 장면을 보며 이런 생각도 들었다.
피로 이어진 가족이 아니어도,
누군가의 삶을 이해하려 애쓰는 마음...
어쩌면 그것이 가족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다.
인간은 완벽할수없다.
율모또한 완벽하지않아도 충분히 매력있는 남자로 기억에 남는다.
사랑했지만 머물지 못했고,
있어야 할 자리에 늘 없었던 율모.
그런데 마지막 순간,
그는 아들을 위해 자신의 삶을 내놓았다.
그 장면을 보며
사람의 인생은 살아온 날들의 합이 아닐지도 모른다고.
마지막에 무엇을 선택했는가,
그것이 그 사람의 전부를 말해주는 것은 아닐까하는 생각도 잠깐 들었다.
나도 이제 예순이 넘었다.
살아온 날보다 앞으로의 날이 적을 수도 있다.
그래서인지 올모의 마지막 선택이
유난히 오래 마음에 남았다.
늦었다고 생각할 때,
그때가 진짜 시작일 수도 있다고.
가족의 사랑은 늦은때는 없는지도 모른다
올모가 그걸 가르쳐 주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