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침표는 아직 찍히지 않았다

몬탁 문화예술신문에 실린 칼럼 6편

by 신은정


소설처럼 인생도 마침표가 찍히기 전까지는 그 누구도 결말을 말할 수 없다. 지금 내가 서 있는 이 장면이 끝이 될지, 또 다른 시작이 될지는 아직 아무도 모른다.

사람은 나이만큼 늙는 것이 아니라 생각만큼 늙는다고 한다. 그래서인지 노년은 우리가 생각하는 것보다 훨씬 아름답고 멋진 시간일지도 모른다.

오래전부터 마음에 품어온 말이 있다. "30년은 모르고 살고, 30년은 가족을 위해 살고, 이제 남은 시간은 나를 위해 살라." 돌아보면 참 맞는 말이다. 앞만 보고 달리느라 보지 못했던 것들이 이제야 조금씩 눈에 들어온다. 세월이 쌓이면서 연륜이 생기고, 웃어넘기는 법도 배우게 된다. 너그러움과 배려가 무엇인지도 조금씩 알게 된다.

무엇보다 좋은 것은, 이제 담담한 마음으로 삶의 여백을 채울 수 있다는 것이다. 감사함을 알고, 소중함을 알고, 빈 마음으로 세상을 바라볼 수 있는 나이. 어쩌면 행복은 먼 곳에 있는 것이 아니라, 지금 내가 살아가는 이 세상 속에 있다는 것도 이 나이에야 비로소 알게 된다.

서귀포에 터전을 잡고 살아가는 몬딱 회원님들도 그렇지 않을까. 바다를 바라보며, 제주의 바람을 느끼며, 이미 충분히 아름다운 하루를 살고 있다는 것을.

미국 뉴올리언스에 조지 도슨이라는 사람이 있었다. 가난한 흑인 가정에서 태어난 그는 열 명의 형제 중 맏아들이었다. 동생들을 먹여 살려야 했기에 네 살 때부터 학교에 가지 못하고, 할머니와 함께 일을 해야 했다. 성인이 될 때까지 글자를 배우지 못한 그는, 까막눈이라는 사실이 들킬까 두려워 표지판이나 규칙을 통째로 외워가며 일을 했다. 자식들이 장성할 때까지도 아버지가 글을 읽지 못한다는 사실을 모를 정도였다.

미국과 캐나다, 멕시코를 떠돌며 치열하게 살아온 그는, 나이가 들어 고향으로 돌아와 낚시를 하며 조용한 노년을 보내고 있었다. 그러던 어느 날, 그의 나이 아흔여덟. 근처 학교에서 노인들을 위한 글 읽기 교실이 열린다는 소식을 들었다. 그는 곧장 학교로 달려갔다. 놀랍게도 단 이틀 만에 알파벳을 모두 외워버렸고, 그 이후 단 한 번도 지각하지 않았다. 그리고 백한 살이 되던 해, 『인생은 아름다워』라는 자서전을 펴냈다.

백 살이 넘은 나이에 처음 글을 배우고, 자신의 이야기를 책으로 남긴 것이다.

그 이야기를 떠올릴 때마다 나는 생각한다. 인생의 시작은 나이가 정하는 것이 아니라, 마음이 정하는 것이라고. 예순에 글을 시작한 나도, 어쩌면 그와 같은 마음이었는지 모른다. 늦었다고 생각한 그 순간이, 사실은 가장 좋은 시작이었다고.

소설의 마지막 페이지를 넘기기 전까지 그 이야기는 끝난 것이 아니다. 우리의 인생도 그렇다. 마침표가 찍히기 전까지는 아직 아무도 엔딩을 말할 수 없다.

지금도, 우리의 인생은 여전히 쓰이고 있는 중이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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