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팥빵 열 개와 책 한 권

by 신은정

고등학교 2학년 때 담임선생님과는 지금도 가끔 연락을 한다.

선생님께 《매일의 취향》이라는 책을 한 권 보내드릴까 생각한 지는 꽤 되었지만, 어쩐지 계속 미루고 있었다.

그러다 어느 날 문득 보내드렸어야 했는데 하는 마음이 들었다.


소영 언니에게 전화를 걸어 단팥빵과 책을 함께 보내고 싶다고 말했다.

언니는 가는 길에 빵집에 들러 물어보고 괜찮다면 대신 보내주겠다고 했다.

잠시 뒤 언니에게서 전화가 왔다.

빵집 주인이 책 한 권 정도는 괜찮다고 했다며 주소를 찍어두라고 했다.

그러면서 스무 개까지 보내지 말고 열 개만 보내라고 했다.

나는 웃으며 “알겠어”라고 했다.

수고로움을 마다하지 않고 언니가 대신 보내준 택배.


다음날 선생님께서 톡을 보내셨다.

빵이 도착했다며 잘 먹겠다고, 책도 읽어보겠다고 하셨다.

선생님께 주소를 여쭤보는 문자를 보냈었다.

다음 날 선생님께 전화가 왔다.

오랜만에 듣는 목소리였다.

선생님은 요즘 헬스도 다니고 파크골프도 다시 시작하셨다고 했다.

포도 농사철이 오기 전에 부지런히 다니고 계신다며 웃으셨다.

나는 “선생님 바쁘시네요. 건강하셔서 다행이에요.” 하고 말했다.

전화기 너머의 목소리는 여전히 밝고 힘이 있었다.


내가 책을 보내드린 선생님은 여선생님이다.

어린 시절, 엄마처럼 따르던 분이다.

선생님 댁에 가서 밥도 해 먹고

선생님이 오시기 전에 열쇠를 받아 먼저 들어가 놀고 있던 기억이 있을 만큼 가까웠다.


결혼하고 삶이 힘들어 한동안 연락을 못 하고 지낸 적도 있었다.

그때 선생님은 친구들을 통해 내 전화번호를 알아내 먼저 연락을 주셨다.

직접 지은 쌀과 포도도 보내주셨다.

내 기억 속에서 선생님은 늘 엄마 같은 분이다.

선생님 댁에 찾아가 하룻밤 묵었던 기억도 있고

세월이 지나 직지사에서 다시 만나 식사를 했던 날도 있다.

고등학교 시절 선생님들과의 모임에 초대받아 나갔던 기억도 있다.


그 이후로는 연락이 조금 뜸해졌던 것 같다.

그 이유를 꼭 집어 말하기는 어렵다.

왜 책을 보내드리지 못하고 있었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관계가 조금 소원해졌기 때문이었을까.

아니면 내가 쓴 책을 보내는 일이 괜히 쑥스러워서였을까.

정확한 이유는 나도 잘 모르겠다.


다만 한 가지는 알 것 같다.

선생님은 여전히

내 마음속에서

고등학교 시절의 그 자리 그대로 남아 있다는 것.


단팥빵 열 개와 책 한 권.

그 작은 택배 하나를 보내고 나니

괜히 마음이 한결 가벼워졌다.


사람 사이의 인연이라는 것은

어쩌면 이런 것인지도 모른다.

멀어졌다고 생각했던 시간도

어느 날 문득 떠오른 마음 하나로

다시 조용히 이어지는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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