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냥 그렇게 살았던 지난날들을 ...

by 신은정


오늘 글감.

우울하거나 힘들 때

나를 회복하게 하는 습관이나 루틴이 있다면 떠올려 보세요.


조용히 최근의 일상을 떠올려 본다.

우울이라는 단어가 내게서 멀어진 시간이 꽤 오래된 것 같다.

사고 이후 나는 재활에 집중했고

글쓰기에 집중했고

새로운 배움에도 도전했다.


그러다 보니 우울이라는 감정이

내 마음에 오래 머무를 틈이 없었던 것 같기도 하다.


지금은 작은 루틴들이

내 삶 속에 자리 잡고 있다.

하지만 딸 셋이 모두 독립하고

남편이 퇴직해 집에 머무르던 몇 해 전의 시간은 달랐다.

그때 내 일상에는

우울이라는 단어가 조용히 스며들어 있었다.


남편과의 졸혼을 생각하던 시기였다.

후회 없이 한 번만 더 최선을 다해 보자는 마음과

이제는 내 마음을 표현해 보자는 생각이 함께였다.

그래서인지 마음이 많이 힘들었다.


내게 특별한 회복 루틴이 있었던 것 같지는 않다.

골프를 좋아하고

마사지를 좋아하고

쇼핑을 좋아하고

노래 부르는 것을 좋아하고

사람을 좋아하는 사람으로

그냥 그렇게 살았던 것 같다.


내 인생의 목표가

성공이었던 적은 단 한 번도 없다.

무언가를 반드시 이루어야 한다는 생각도


내게는 조금 먼 이야기였다.

주어진 환경 속에서

필요한 만큼만 채우며

나는 그냥 살았다.


요즘 젊은 엄마들이

책을 읽고 고민하고 글을 쓰며

자신을 찾아가는 모습을 보면

그 모습이 참 대단하게 느껴진다.


지금은 그들을 보며

마음속으로 박수를 보내게 된다.

천천히 떠올려 보니

내게도 작은 습관 같은 것은 있었던 것 같다.


우울할 때면

사람을 만나지 않았다.

대신 서점을 찾았다.

예전에는 교보문고였고

지금은 영풍문고를 자주 간다.


그곳에서 책을 읽고

시간이 되면 혼자 영화를 보곤 했다.

혼자 밥 먹는 것은 아직도 어색하지만

혼자 서점에 가고

혼자 영화관에 가는 일은

어느새 익숙해져 있었다.


혼자 밥 먹고

혼자 여행 가는 것이

아직은 작은 소망으로 남아 있다.


요즘 둘째 딸이 주말 저녁이면

“우리 가족 셋이 영화 한 편 보자.”

하고 먼저 말을 꺼낸다.


영화를 고르다 보면

나는 대부분 “그거 봤어.”라고 말하게 된다.

그 일을 계기로 딸은 말한다.

“엄마는 웬만한 영화는 다 봤고

아빠는 영화 본 게 거의 없네.”


그렇게 시작된 주말 영화 시간이

이제는 작은 가족 의식이 되었다.

요즘 남편은

혼자서 영화를 검색해 찾아보기도 한다.


무언가를 알기 시작하면

사람은 스스로 그 재미 속으로 들어가는 것 같다.

음악을 틀어 놓고

마사지 의자에 앉아 있는 시간.

어쩌면 그 시간이

내가 스스로에게 주는 작은 휴식일지도 모른다.


그 시간 동안

몸이 조금 풀리고

마음도 함께 풀린다.


나를 다시 나답게 만드는 것은

거창한 방법이 아니었다.

서점에 가는 시간,

혼자 보는 영화,

가족과 함께 보는 영화,

그리고 음악을 들으며 받는 마사지.

그렇게 작고 평범한 시간들이


나를 다시 일상으로 돌려보내 주었다.

나는 특별한 방법으로

우울을 이겨낸 것은 아니다.

그냥 살았다.


하지만 사고 이후

에세이가주를 만나면서

나는 조금씩 나를 알아가기 시작했다.

이제는 나를 다시 나답게 만드는

작은 습관들로 하루를 열고

하루를 마무리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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