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둠속에서 외운시,69일의 기적

by 신은정


2010년, 칠레 아타카마 사막의 한 광산에서 사고가 일어났다.
광산이 무너져 내리며 광부 서른세 명이 지하 깊은 곳에 갇혔다.
지상까지는 약 700미터.
빛도, 바람도 닿지 않는 곳이었다.
언제 구조될지 아무도 알 수 없었다.
하루가 지나고, 또 하루가 지나갔다.
그 시간은 결국 69일이 되었다.

사람들은 그런 상황에서 무엇을 할까.
누군가는 기도를 했고,
누군가는 노래를 불렀고,
누군가는 서로의 이야기를 들려주었다.

그리고 어떤 광부는
칠레의 시인 파블로 네루다의 시를 외웠다고 한다.
그의 시 〈오늘 밤 나는 쓸 수 있다〉에는 이런 문장이 있다.

"오늘 밤 나는 가장 슬픈 시를 쓸 수 있다."
그리고 또 이런 문장도 있다.
"사랑은 너무 짧고, 잊는 일은 너무 길다."
지하 깊은 어둠 속에서
그 문장을 천천히 되뇌었을 것이다.
별도 보이지 않는 곳에서
별을 말하는 시를.


어쩌면 시는
무언가를 설명하기 위해 존재하는 것이 아닐지도 모른다.

버티기 위해 존재하는 것일지도 모른다.
어둠이 길어질 때
사람을 붙잡아 주는 것은
때로 한 줄의 문장이기 때문이다.

69일 뒤, 그들은 모두 구조되었다.
나는 그 이야기를 들을 때마다 생각한다.
깊은 어둠 속에서도

사람은 끝내 한 줄의 시를 붙잡고도 살아낸다는 것을.
그래서 나는 가끔 생각한다.
우리가 책을 읽는 이유도
어쩌면 언젠가의 어둠 속에서
꺼내 들 한 문장을 만나기 위해서인지도 모른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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