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제, 어디서, 어떤 리츄얼로 글을 쓰는가?

5분에세이

by 신은정


나는 매일 가주님이 보내는 아침일기로 하루를 시작한다. 눈을 뜨자마자 양치를 하고, 눈에 안약을 하나 넣는다. 하루를 보기 전에 먼저 내 눈을 보호하는 일, 이것이 나의 첫 리추얼이다.


추운 날에는 아침 산책을 포기한다. 대신 수영장이나 헬스장에 간다. 스트레칭 존에서 한 시간을 보내고, 기계를 이용해 잠깐 운동을 한다. 매일은 어렵지만, 일주일에 세 번은 나와의 약속을 지키려 한다.


글은 늘 필사에서 시작된다. 가주님이 보내주는롱블랙을 필사하기 시작한지 여러날이 되었다.

필사를 하면서 그들의 삶을 들여다 보기도한다.

읽다가 넘무 좋은글은 딸들에게도 보내준다.

24시간안에 읽지않으면 사라진다는 롱블랙.

그말에 매료되어 필사를 하기시작했던것같다.

사라지기전에 기록해두었다가 읽고싶을때 읽고싶다는 생각에서였다.

아침일기, 5분 에세이 를 매일쓴다. 롱블랙이 오는 날에는 빠뜨리지 않고 꼭 필사한다. 한두 번 시간을 놓쳐 롱블랙이 막혔던 경험도 있다.


요즘은 『데미안』을 필사하고 있다. 같은 문장을 여러 번 읽어본다.

게으르게 흐르는 물,

달콤한 포도주처럼 그의 목소리를 마셨다.라는 공김각적인 표현앞에서 놀라기도한다.

멋있다 이런표현들은

글쓰는 사람들은 참으로 글의 마술사같다.


매년 연말이 되면 친한언니랑 명동성당에 간다. 촛불을 켜고 성당 안에 앉아 기도를 한다. 올해는 처음으로 아주 신기한 경험을 했다.

기도는 늘 해왔다.

이번엔 마치 에세이 한 챕터를 써 내려가듯 기도가 막힘없이 흘러나왔다. 몇십 년 성당을 다닌 권사님처럼, 기도가 ‘술술’ 나오는 새롭고 놀라운 경험이었다.


씽클레어가 어린 시절 처음으로 자기만의 세계를 진지하게 마주했다면, 나는 예순이 되어서야 그 세계의 문 앞에 서 있는 것 같다.


이제는 더 이상 남이 정해준 ‘선한 나’로 살 수 없다는 걸 안다. 진정 나다운 나로 살고 싶다는 마음은 글을 쓰면서 비로소 분명해졌다.


나는 아침 일찍 일어나 일기를 쓰고, 필사를 하고, 5분 에세이를 쓴다. 요즘은 명상도 매일 한다. 김주환 뇌과학자를 좋아하게 된 이유도 있지만, 가주 작가님이 올려준 명상 덕분에 명상 시간에 나와 온전히 하나 되는 순간을 경험한다.


호흡이 손끝까지 내려가는 감각에 집중하는 시간. 그 고요함이 참 좋다.


읽고 싶은 책을 읽고, 쓰고 싶은 문장을 쓰며 살아가는 지금의 시간들. 이 평범한 리듬이 지금의 나에게는 무엇보다 소중하다.


'익숙함에 머물지마라.

예전의 즐거움이 사라지는 것은 다음단계의 알을깨고 날아올라야 할때다'.. -데미안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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