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방울

작가를 만나다

by 신은정


짝꿍퇴고를 하는중이다.

짝꿍 작가님이 “에피소드를 조금 넣으면 더 글이 살아난다”는 피드백이 있었다


독자들이 알만한 작품중에 언니랑 함께본것을 떠올려보았다.


김창렬의 물방울, 이중섭의 소, 청경자의 미인도이야기를 적어넣었다.

글이 조금 좋아진 느낌이 들었다.


21년 91세의 나이로 세상을 떠난 김창렬작가

김창렬의 물방울 앞에서 내가 느꼈던, 말로는 다 표현하기 어려운 어떤 강렬함이 다시 떠올랐다.

그림을 보며 마음이 움직인 이유가 궁금해져 김창렬 작가에 대해 조금 더 찾아보았다.

올해 아흔한 네살

그는 전쟁으로 중학교 동창 120명 중 절반이 폭탄과 총알로 죽어가는 모습을 지켜본 사람이었다. 본인도 총알이 귓가를 스쳐 지나가며 아슬아슬하게 살아남았다고 한다.


죽어간 친구들을 위해 그는 제사라는 제목의 그림을 그렸다.

총알을 ‘물방울’로 바꾸어 캔버스 위에 새겼다. 터질 듯 말 듯, 손을 대면 흘러내릴 것 같은 그 물방울들은 결국 죽어간 친구들을 향한 그의 위로이자 미안함이었을까?

살아남아 있음을 늘 미안한 마음이 들었다는 작가.

작가만이 느끼는 죄책감이, 묵직하게 스며들어 있는 그림.

나는 전시장 한가운데 서서 그 물방울을 오래 도록 바라보았던 그때가 떠올랐다.

금방이라도 톡 하고 터져버릴 것만 같은 표면. 보면서 괜히 한 번 눌러보고 싶다는 충동도 들었다.

하지만 알고 보니 그 물방울은 단순한 시각적 이미지를 넘어서, 작가의 생존의 기억, 상실의 마음, 그리고 오래된 기도의 형상이었다.


그림을 보고 왔다는 사실로 끝났다면 나는 그저 ‘잘 그린 물방울’만 기억했을 것이다. 하지만 물방울에 담긴 이야기를 알고 나니, 그 그림은 전혀 다른 얼굴로 다가왔다.

화면 속 물방울 하나하나가 누군가의 이름 같았고, 그 이름들이 조용히 나를 바라보는 듯했다.

짧은 글을 쓰는 동안에도 물방울은 계속 마음에 고였다. 단순한 형상이 아니라 한 사람의 삶이 맺힌 기억이라는 걸 알게 된 순간, 그림은 더 이상 그림이 아니었다.

단순한 물방울에 의미를 불어넣은 김창렬작가

터질 듯 말 듯 매달린 물방울은

언제든 사라질 수 있는 생명,

붙잡지 못한 순간,

그리고 그대로 남겨진 사람의 마음을 품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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