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머님기일날,깐부회동을 약속하며

일상의 결 (사는 이야기)

by 신은정


함께라는 것의 의미

어머님 기일날이었다.

올해도 우리는 큰집에 모였다.

형님댁 마당에 들어서는 순간, 고기 굽는 냄새가 코끝을 스쳤다.

형님은 새벽부터 준비하셨을 게 분명했다.

흑염소 수육, 생고기, 차돌박이, 삼겹살.

상 위에 빼곡한 음식들.

화려하지 않아도 마음이 가득 담긴 음식들.

이 자리를 만드는 건 형님이다.

어머님 산소는 형님 댁에서 30미터쯤 떨어져 있다.

가까이 계신다는 것만으로도 마음 한쪽이 무거울 텐데.

형님은 묵묵히 우리를 불러 모으신다.

우리도 과일 박스와 봉투를 챙겨가지만, 요즘 형님은 받으려 하지 않으신다.

"그냥 얼굴 보러 와."


마당 한쪽에서 남자들의 웃음소리가 터졌다.

소주잔이 오가고, 옛날이야기가 흘러나왔다.

형부님과 남편이 손짓 발짓 하며 무언가를 설명하고 있었다.

우리 여자들은 큰집 시누이네로 향했다.

마당 한가운데 서 있는 감나무.

주황빛 단감이 탐스럽게 매달려 있었다.

"언니, 직접 따봐요."

나무 위로 손을 뻗었다.

감 하나를 따는 순간, 60년을 산 내 나이가 잠깐 잊혔다.


큰집 시누이 부부는 몇 년 전 서울을 떠났다.

시누이는 국회를 그만두었고, 남편은 5년 동안 한 길만 걸었다.

단 한 푼 수익 없이, 계란 하나에 진심을 다했다.

며칠 전 방송에 나온 '계란 장인' 최서방.

그분이 바로 큰집 시누이 남편이다.


평상에 앉아 감을 까먹었다.

가을 햇살이 등을 따스하게 덥혔다.

너무 따가워 안으로 들어갔다.

방에서 나눈 대화는 특별하지도않지만

그저 좋았다.


교통사고 이후, 나는 많은 것을 다시 배웠다.

걷는 것.

서는 것.

함께 있는 것의 소중함.

나이가 들수록, 아프고 나서야 더 절실히 안다.

가족이 이렇게 한자리에 모이는 일이 얼마나 귀한지.

누군가 아프면, 누군가 바쁘면, 마음이 조금만 멀어지면.

이런 시간은 쉽게 오지 않는다.

그래서 헤어지기 전 우리는 약속했다.

"자주 보자."

우리 시누이가 운영하는 깐부치킨 이야기도 나왔다.

이재용 회장, 정의선 회장, 젠슨 황 CEO가 치맥 회동을 가진 그곳.

연말 가족 모임도 거기서 하기로 했다.

낀부회동을 약속하멸서 자주보자는 말이

말로만남지않고 실천하게된 첫만남이다.

노래방 기계까지 가져온다니 벌써 설렌다.

우리가 바라는 건 거창하지 않다.

함께 밥 먹고.

술 한잔 나누고.

감 따 먹고.

노래 부르는 것.

그게 전부다.

서로의 안부를 물으며.

함께 웃으며.

이 평범한 하루를 나누는 것.

이게 사는 거구나.

나는 또 한 번 깨달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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